남양주시가 상하수도 관련 설비 발주와 관련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시는 제한입찰이 실패하자 지명경쟁 방식으로 변경해 해당 업체와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남양주시 상하수도관리센터 수도과 정수1팀은 화도정수장을 관리하면서 관련 설비와 공사 발주를 담당한다.
정수1팀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가압장‧배수장‧정수장‧취수장의 시설 개선을 위한 설비, 공사, 관급자재 등을 발주한 것은 총 12건으로 전체 금액은 45억여 원에 달한다.
그런데 발주 내용 중 50%를 특정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는 6건의 계약 중 4건은 수의계약, 2건은 지명경쟁으로 시와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금액은 26억원, 전체 금액의 57%에 해당한다.
지명경쟁을 통해 계약한 2건 중 1건인 '화도정수장 노후 수배전반 구입 교체' 건도 최초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려다가 시 계약부서의 만류로 제한입찰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제한입찰 방식에서도 담당 부서는 해당 업체만이 발주할 수 있는 특정 규격을 제시했다. 이에 담당 부서는 조달청으로부터 '과도한 제한'이라며 반려 받은 데 이어 시 계약부서로부터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담당 부서는 지명경쟁으로 방식을 바꿔 발주했고, 결국 이 업체는 12억4194만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지명경쟁 계약은 기관에서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몇몇 대상을 지명한 뒤 그들을 통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으로 기관이 가장 유리한 대상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결국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인근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계약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 업체에서 독점으로 수주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또 한 업체를 상대로 대부분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시가 지명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이상한 부분이 발견됐다. 정상적으로는 시가 한국계측제어공업협동조합에 지명경쟁을 위한 업체 추천을 요청하면 조합은 업체들로 부터 참가 신청을 받아 평가한 뒤 합격한 업체를 통보한다.
그러나 실제 해당 계약 과정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됐다. 시가 나라장터에 올린 조달요청서는 지난 5월6일 접수됐는데 조합 홈페이지에 공지된 입찰 참가 신청서 제출 공고는 다음날인 5월7일 게시된 것이다.
특히 조합 게시글의 내용에는 신청 마감일이 5월3일 18시로 기재돼 있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인 공고를 올리는 등 상식을 벗어난 업무를 진행한 셈이다.
조합 관계자는 "5월3일 결재가 났는데 조합 홈페이지가 고장나 공지를 띄우지 못한 것"이라며 "현재 왜 홈페이지가 고장났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엉뚱한 해명을 내놨다.
이어 "지자체로 업체 선정 요청이 들어오면 그 정보는 이미 업체들이 알고 있고, 정상적인 공고를 내도 모르는 업체는 기간 내 들어올 수도 없다. 아는 업체만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7개 업체가 들어와 2개 업체는 서류 미비로 탈락했고, 5개 업체를 남양주시에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 당사자인 시 관계자는 "저희는 계약 의뢰만 하고 입찰에 관한 내용은 관여를 안해 내용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업체와 이해관계가 없느냐'는 경기신문 질문에는 "이해관계는 없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