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6억 독식 업체, 남양주로 본사 이전하고 수의계약

2021.07.14 06:00:00 1면

이전 사무실, 사람 오간 흔적 없고 방치…사실상 ‘페이퍼컴퍼니’
남양주시장 “관내 업체 우선 계약해라” 방침…교묘히 이용?

 

남양주시가 상하수도 관련 설비 발주를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해당 업체가 본사를 남양주로 이전하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전한 업체 사무실 입구는 물건이 쌓여져 사람이 드나들 수도 없게 방치돼 있는 등 사실상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남양주시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특정 업체는 지난 3월 남양주 수동면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종전 주소지는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 효목리로, 해당 업체는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업체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남양주시 상하수도관리센터 수도과 정수1팀이 발주한 설비‧공사‧관급자재 등 12건 중 50%를 수주했고, 계약금액은 26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업체가 갑자기 본사를 이전한 배경은 각종 사업 발주에서 지역 업체 우선 계약을 확대한다는 남양주시의 방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관내 업체를 우선 계약 대상자로 선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업체가 이전한 남양주 사무실은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실이 위치한 면적 99㎡, 1층 규모의 건물에는 공인중개사무소와 한의원이 운영 중이다.

 

이 업체 사무실은 건물 뒤편 약 23㎡(7평) 규모로 오랫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사무실 출입문은 버려진 소파와 철재 사다리, 의자 등이 쌓여져 출입이 불가능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무실이 아닌 것이다.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업체가 올해 여기로 입주했는데 왜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일주일에 2~3번 사람이 오는 것 같은데 업체 관계자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본사를 남양주로 이전한 데 대해 “저희가 15~20년 전부터 남양주 쪽이랑 인천 쪽 일을 많이 했다”며 “지금 경기도에 사업이 많고, 계약 건도 많다. 그래서 본사를 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로 본사를 이전한 업체는 1주 만에 시가 발주한 4억5950만원 상당의 ‘금남취수장 무인화에 따른 시설개선’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시 방침에 따라 결과적으로 지역 업체와 계약한 셈이다.

 

이를 두고 발주부서인 정수1팀은 취수장 무인화 운영에 따라 필요한 보안 관련 기술을 다른 업체들이 충족하지 못해 해당 업체와 계약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의 기술은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보낼 때 암호화 장치를 통해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보안시설인 취수장을 해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당초 금남취수장 무인화는 과한 움직임이고, 시가 해당 업체에서 발주한 제품처럼 보안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국에 허다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남취수장은 국가중요시설로 문제 발생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이 어려워 무인화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심지어 시가 발주한 제품은 보안 기술만 다를 뿐이지 어느 업체에서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가 최근 진행한 ‘화도정수장 노후 수배전반 구입 교체’ 건에도 특정 업체의 제품을 발주하려고 했는데 이는 유인화로 진행되는 정수장의 특성상 전혀 쓸모없고,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시가 해당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지자체 관계자도 “저희는 취수장을 전부 유인화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취수장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이 어려워 무인화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인력 예산이 부족해 금남취수장을 무인화 하는 방향으로 정하게 됐다. 예산 문제에 따른 움직임일 뿐”이라면서 “해당 업체와 어떠한 친분이나 이해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업체가 남양주로 이전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해당 업체가 워낙 일을 잘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시에서 남양주로 기업을 유치하게 했고, 유치가 됐다고 들었다”고 선을 그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김기현 기자 crokim@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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