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시신 염습하며 제2의 인생

2004.08.23 00:00:00

"저는 죽다 산 목숨입니다. 보너스 인생을 살면서 봉사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고향마을에 있는 안산시청 사할린영주귀국동포지원사업소 정천수(45) 소장은 매주 1차례 가량 안산제일장례예식장에서 누구도 하길 꺼리는 염습(殮襲)을 한다.
정 소장이 근무하는 고향마을 사업소는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됐다 지난 2000년 2월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동포 900여명이 집단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평균 연령 75세가 말해주듯 하루가 멀다고 초상이 나자 장례절차를 모두 챙겨오던 정 소장은 아예 염습까지 도맡기로 했다.
때론 사할린에 거주하는 유족들이 장례일정에 맞춰 오지 못할 경우 상주노릇도 마다 않는다. 정 소장은 올들어서만 모두 20여차례나 염습을 했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던 노인들이 돈 없고 힘없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서까지 무시당할 것 같아 일을 시작했다"며 "전문적인 기술은 없지만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정 소장은 말했다.
정 소장의 이 같은 봉사는 백혈병으로 투병하며 사선(死線)을 넘나들었던 자신의 과거와도 무관치 않다.
정 소장은 지난 95년 10월 백혈병 치료를 위한 골수이식수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시청 동료 직원들의 아낌없는 헌혈과 성금 모금을 통한 치료비 지원을 받았다.
정 소장은 2년간의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아 복직, 각종 봉사활동에 나섰고 지난 2002년 11월 사할린사업소에 배치되면서 그의 봉사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저는 지금 보너스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고생하다 돌아온 동포노인들이 편안히 노후생활을 한 뒤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정 소장은 말했다.
최종기기자 cj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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