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을 지내는 공간으로 학생들의 삶의 공간이다. 그러나 학교의 획일적인 형태는 세대가 많이 흘렀음에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학교 환경은 학생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간을 ‘제3의 교사’라고 일컫는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닌, 다른 학생과 어울리며 자신을 사회화하고 삶의 방법을 체감하는 곳이다.
고양 아람초등학교는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학교, 경쟁자가 아닌 학생들이 가득한 즐거운 학교, 인생의 멘토인 선생님들이 있는 따뜻한 학교를 목표하고 있다.
학생들의 삶에서 공간의 변화를 꿈 꾸다
3학년 학생이 실시하는 주제 중심 통합 수업 중 하나인 ‘무지개세상’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우리 반’을 주제로 학교 공간에 대해 토론했다. 학생들은 처음에 “우리가 어떻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실을 자신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 장소라고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며, 학교 공간 변화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면서 적극 참여하게 됐다.
대다수 학생들은 교실 내 게시판에 불편함 해소와 낙서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대해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개별적으로 디자인화하는 작업을 거쳐 공간 디자인화를 바탕으로 다른 교사들과 교장·교감 등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내부 인적자원을 활용해 자재만 배치하는 방식으로 교실 및 복도 공간을 변화시켰다.
3학년 교실 내 게시판을 철거하고 밝은 연두색 페인트를 칠한 뒤, 칠판 페인트를 중앙에 배치해 학생들의 낙서 공간으로 유도했다. 작품을 부착할 수 있는 타공판 설치하고 천정에 레일등이 따뜻한 느낌을 조성한다.
4학년 복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기존 통로역할로, 단순히 지나갔으나 학생들이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데다, 교실이 아닌 장소에서 자유롭게 쉬고 꾸밀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학교 마당이 있지만, 바닥 그림이 없는 탓에 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전통놀이 바닥그림 그리기 프로젝트’를 선정해 시민단체와 협력을 통해 해당 공간을 구축했다. 학생들의 흥미를 판단하고자 교실 내 강당에 10가지 전통놀이 바닥그림을 그렸고,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한 놀이활동을 통해 투표를 진행했다. 총 80여 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투표를 통해 전통놀이 5가지를 학교 야외 바닥에 그리는 등 작업이 실시됐다.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공동체가 참여했으며, 도안이나 색칠에 대해 정해진 것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공간과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
학생이 직접 공간을 변화시킨 결과, 공간이 학생을 바꾸게 됐다. 공간혁신은 물리적 공간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공간 혁신을 통해 인식, 삶의 태도, 생각의 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공간 혁신을 주도한 진영주 교사는 “학생 스스로 공간 혁신의 주체로 나선 활동을 통해 물리적 변화만이 아닌, 학생들의 생각과 질적인 변화가 보다 중요하다”며 “물리적 변화에 집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장소를 우리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인식의 변화, 질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변화된 공간에서 우리는 또 다른 주도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