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비정상의 일상화 속의 우리의 자화상

2021.09.03 06:00:00 13면

 

 

 

과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약 7년 전의 일인데, 그로부터 요즈음까지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이번 “우산 사태”를 봐도 그렇다. 기자의 요청 때문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지만,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든 젊은 공무원의 모습을 보면, 이유가 무엇이든 “이해의 한계”를 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 같은 일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나 당 대표는 너도나도 스스로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잠시라도 우산을 받쳐 주려고 하면 손을 뿌리치거나, 우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팔에 힘을 주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정말 “애 많이 쓴다”고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외국의 국가 원수들은 상당수가 자신이 직접 우산을 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그냥 비를 맞는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업무가 끝나면,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직장인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더 이상 독일 국민들에게 신선한 모습이 아니다. 독일인들은 그냥 보통사람으로 돌아간 “수상의 일상”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는 이러한데, 우리나라 여야 대선후보들은 자신의 손으로 우산을 펼쳐 든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는 사실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높으신 양반들”이 우산을 직접 드는 것이 “일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정상의 일상화'가 이곳저곳에 산재한다는 것이다. 권위적인 모습을 타파하겠다고 나섰던 문재인 정부 역시 그리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걱정되는 것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여야 대선 후보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권위적인 습관을 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우산 받는 모습으로 과시하려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버릇은 쉽게 버릴 수 없기에 걱정이 된다.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은 우산은 당연히 자신의 손으로 들고, 휴대폰도 자신이 받고, 기자회견도 자주 가져 국민들과의 소통을 일상적으로 하는 대통령이다. 자신이 아플 때 아프다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통령, 메르켈 수상 정도는 아니더라도 소탈하고 가식 없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자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기도 하다.

 

차기 대통령은 “권위적”이라는 단어를 우리나라 사회에서 추방한 첫 번째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권위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권위는 위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나, 대접받는 모습이 권위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권위라는 용어가 가지는 본래의 뜻을 지금 대선 후보들은 곱씹기를 바란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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