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가족의 일상과 돌봄의 의미를 동시대 미술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펼쳐진다.
수원시 영통구의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는 14일 막을 올린 기획전 ‘하-하-하 하우스’를 오는 11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하(Ha)’는 기쁨의 웃음소리이면서 한숨과 한탄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로, 가정을 보살피며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 상태를 내포한다. ‘하우스(Haus)'는 복합적인 마음과 감정이 공유되는 가족 구성원의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 학예연구사는 “집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호쾌하고 아늑한 집이 당연한 일상일까요?”라는 질문을 건넸다.
이번 전시에는 김승희 작가를 비롯해 김허앵, 김희라, 윤진초·알렉산더 루쓰, 윤주희, 이선민, 정문경, 조영주까지 총 9명(8팀)의 동시대 작가가 참여했으며, 회화와 사진, 설치, 미디어,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시각매체 작업 110점을 선보인다.
전시 첫날 현장을 찾은 이선민, 김허앵, 김승희 작가는 “가족과 돌봄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고, 참여 작가들과 여러 가지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즐겁게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장에 발을 들이면 김희라 작가의 ‘양복 한 벌, 드레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상 속 우연한 경험을 생활과 밀착된 실제의 옷과 사물로 사용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김 작가는 어느 날 남편이 세탁해달라며 한아름 들고 온 양복더미에서 착안해 작품을 만들었다.
‘절대 가지고 가지 마세요’라고 적힌 수건과 뒤집어 벗어 놓은 양말을 액자에 박음질해 걸어놓은 작품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가족을 주제로 자신과 주변 생활 속 일상의 모습을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온 이선민 작가. 그는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여유가 없어졌다. 직장에 다녀와서 집안의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놓고 카메라를 통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999년 당시 퇴근 후 일상을 담은 작품 ‘자윤이네’ 속 보행기를 타고 있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보며 한 손에는 다림질할 옷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네 엄마 또는 자녀를 돌보는 자신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가는 이후 친구와 지인들의 거실을 찍으며 모성과 가족에 대한 정체성을 탐구하는 ‘여자의 집’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지난해부터 ‘마더베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윤진초·알렉산더 루쓰 작가 부부는 한국의 웅녀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설화와 풍습에서 곰을 인류의 어머니로 여겨온 영감을 받았다.
베어(Bear)는 ‘곰’을 뜻하는 동시에 ‘인내하다, 출산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윤진초 작가는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품에 안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허앵 작가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미술인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계기로 아이를 키우며 알게된 것들과 재미있던 순간, 육아하는 엄마들과의 유대감 등 일상의 소중함을 그렸다.
캔버스에 유채로 작업한 ‘한여름의 산책’은 유모차를 밀고 있는 이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작품명과 꼭 어울린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미술관 자체 본연의 업무는 휴식과 정서함양이 목적이기에 힘든 시기 예술을 통해 많은 안식을 전해드리고 싶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인들과 멀어지고 가족 간의 유대감이 약해질 수 있는데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