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강인한 의지는 시련을 초월한다

2021.09.24 06:00:00 13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맹공이 여야를 초월해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성남시장 재직 시 추진되었던 대장동 개발 건은 추석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보도량이 엄청났고 길거리에도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는 등의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 이 지사의 입장에서는 크게 서운하겠지만 내년 대선의 지지율 1위 후보이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공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진실이야 곳 밝혀지겠지만 정치는 법이나 경제처럼 조문의 해석이나 수치로 결과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성 영역이기에 먼저 예단하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국민은 진실여부를 떠나 한 번의 판단으로 내린 결정은 잘 바꾸질 않는다. 야당과 언론 심지어는 여당 경쟁자까지 어느 것 하나 그에게 우호적인 배경은 없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오해가 불식된다면 그렇게 형성된 신뢰는 더욱 오래가고 견고해진다. 그러므로 이번 협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이 지사의 향후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어렵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임금을 꼽으라면 조선시대 정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부친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서 돌아가실 때 11살이었다. 할아버지인 영조의 다리 춤에 매달려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을 정도로 생생한 나이였다. 그랬던 정조가 영조의 뒤를 이을 세손(世孫)으로 지명되자 아버지의 죽음에 무관치 않았던 노론세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장차 군주가 되었을 때 사도세자의 복수를 들고 나오면 누가 말릴 것인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론 세력은 어떻게서든 정조의 등극을 막아야 했다. 사가로 쫓겨났다가 다시 입궐해서 세손 교육을 받게 된 11살의 정조는 이미 철이 들었고 사태 파악을 했다.

 

세손 정조를 폐위시키려 하는 집권 노론세력은 집요하게 정조를 모함했다. 죄인의 자식이므로 왕위를 오를 수 없다는 지적부터 공부를 게을리한다, 몸이 약하다, 여색을 밝힌다 등등 없는 말도 만들어 내는 판이었다. 억울한 정조였지만 그는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왕위에 오를 길을 선택했다. 죽은 큰아버지인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죄인의 자식이라는 흠결을 지웠고 처소에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독서하고, 후원의 사냥터에서 활쏘기를 즐겨 명궁 소리를 들었으며, 궁궐 밖을 나가지 않음으로써 오해의 싹을 잘랐다.

 

등극하기 전 정조보다 더 모함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던 정치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진정성과 초인적인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고 드디어 26살에 왕위에 올라 조선 진경문화 시대를 여니 그가 대왕 정조였다. 마키아벨리의 어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일은 위험 속에서 이루어졌다. 강인한 의지는 어려움과 시련을 초월한다.” 이 지사가 국민의 감성을 살 수 있다면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은 정치인 이 지사에게 어느 정도의 강인한 의지가 있느냐이다.

임형진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