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이낙연후보님, 존경받는 정치원로의 길을 가십시오

2021.10.13 06:00:00 13면


 이낙연 후보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추미애 후보를 지지했었습니다. 개혁이 이루어져야 민생이 해결된다고 믿는 나로서는 검찰개혁의 선봉장에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후보님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국무총리 재임 시 후보님은 진영을 떠나 한국정치의 자산이었습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상도 지역에서도 지지받을 수 있는 호남출신 대통령을 염원했습니다. 지역주의 척결은 결국 대통령이 골고루 배출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도 DJ를 빼곤 대부분 경상도이며, 지금 대통령 후보의 태반도 경상도 출신입니다. 이런 현실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요. 그래서 후보님이 총리시절의 좋은 이미지를 잘 유지해 꿈을 이루기를 바랐습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후보님 자신이나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고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임해주십시오. 더 이상 이 문제로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서는 안됩니다. 후보님 캠프에서 지금 문제시 삼고 있는 사퇴자 무효표문제는 바로 후보님이 당대표 시절 제정한 특별규정 59조에 의한 것 아닙니까? 또 이 문제는 2012년 경선 때부터 적용해오던 일반원칙이었지요? 만일 이 해석이 문제가 된다면 사퇴  당시에 무효표 처리를 재확인했어야 합니다. 이것이 합리적입니다. 


여야를 떠나서 대한민국 정치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각인각색 거듭되는 망언과 막말도 모자라 이제는 ‘왕(王)’자를 이용한 ‘부적주술’까지 선거판에 등장했습니다. 오죽하면 이번 선거는 공화파와 왕당파의 싸움이라는 한탄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검찰까지 고발을 사주하며 선거판을 기웃거립니다. 모두 판을 흔들고 싶어 안달입니다. 검언정 기득권 카르텔은 똘똘 뭉쳐 민주당 경선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촛불혁명을 이룩한 대한민국 정치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보태 국무총리 출신이자 당대표를 역임했던 분이 선관위 해석의 문제를 두고 경선결과에 불복한다? 이는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 정치에 부끄러움이 될 것입니다. 


후보님 입장에서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지지율에 더더욱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역선택이다, 아니다 민심이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어쨌거나 결론은 나왔습니다. 더 이상 지지자를 볼모로 같이 길어먹던 우물에 침을 뱉어서는 안됩니다. 후보님은 민주당을 넘어서 민주시민들의 듬직한 어른으로 남아야 합니다. 작금의 시대정신은 개혁입니다. 국민들은 기득권의 저항에 밀려 무산되어가는 개혁과정에 충분히 실망했습니다. 후보님의 지지율이 성급한 사면논의와 개혁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 때문에 떨어졌다면 이제는 원로로서 대한민국 개혁의 바람막이를 자임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 MBC뉴스데스크에서 “승복 이외의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이 품격있는 정치인 이낙연에 어울립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치가 삽니다. 그 길이 존경받는 정치원로로 영원히 기억되는 길입니다. 충심으로 호소드립니다. 후보님은 그 길을 걸어가십시오.  부디 건강하시고 건승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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