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정치인의 말과 역사 인식

2021.10.22 06:00:00 13면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말과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과 글은 우리의 삶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 분야를 놓고 보면, 정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8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말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말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말과 관련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일단 쉽다. 쉬운 언어의 사용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강점이다.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점 역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해서는 안 된다. 솔직함이 과할 경우에는 실수가 자주 나올 수 있다. 솔직함과 신중함이 함께 가야 하는데, 그에게는 신중함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는 많은 실언 논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실언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전두환 씨에 관한 문제다. 지난 19일 윤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논란이다. 이 말에 대해 윤 후보는 "정치를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권한 위임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만일 본인의 뜻이 그랬다하더라도, “정치는 잘했다”라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필자처럼 전두환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전두환 씨가 “정치는 잘했다”는 식의 발언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5·18 광주민주항쟁과 쿠데타는 빼고”라고 말했지만, 전두환 정권 내내 전국 대학의 많은 젊은이들이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을 기억하면, 전두환 정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과 공포는 당시 우리의 젊음을 무참히 짓밟았다. 한창 낭만을 이야기하고 꿈을 꾸었어야 할 젊은 시절을 끔찍한 공포에 짓눌려 살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전두환 씨였던 것이다.

 

분명 윤석열 후보도 이 시절에 대학을 다녔을 터인데, 어떻게 정치는 잘했다는 언급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문제는 단순히 실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한 정치인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역사 인식은 상당히 중요하다. 역사 인식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라는 이름의 집단 기억에 관한 문제라는 점도 중요하다.

 

특정 정권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면, 이런 정권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평가가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공포 정치로 얼룩진 젊은 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초로에 접어든 “80년대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윤석열 후보는 사과해야 하는 것이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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