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2021.10.22 06:00:00 13면

 

 

  2013년부터 8년이 지난 14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비로소 피의자 신분을 벗어났다. 그동안 간첩으로 오인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고 사회에서는 거의 격리되다시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생업을 위한 어떤 일이나 활동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서야 모든 오해를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나의 8년은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느닷없이 탈북자 간첩으로 몰려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던 유우성 씨 이야기이다.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으로 알려진 이 건은 2013년 기소되었지만, 이듬해 국정원이 중국 공안의 출입국 도장을 위조해 북한을 왕래했다는 문서를 조작한 것이 밝혀져 무죄로 종결된 사건이었다. 관련된 이야기는 후일 MBC의 사장이 되었던 최승호 피디가 해직 언론인 시절에 만든 영화 [자백]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여동생 유가려 씨는 6개월 동안 국정원이 했던 몹쓸 짓으로 아직도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 당연히 조작에 참여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그를 간첩으로 몰았던 검찰은 모두 불기소, 아주 경미한 내부징계로 종결되었다.

 

  문제는 그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뒤였다. 망신을 당한 대한민국 검찰은 유우성 씨를 몇 년 전에 기소유예로 스스로 기소를 포기했던 외환관리법위반을 다시 끄집어내어 기소한 것이다. 검사를 제왕에 비유했던 영화 [더킹]에서 우두머리 검사는 당하면 반드시 보복해야 조직이 살아나고 유지된다고 했던가.

 

  8년 동안 끈질기게 이어진 재판은 최종 대법원에서 무리한 검찰의 보복기소였다며 무죄로 확정해 주었다. 그동안의 유우성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당한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보복기소의 대표였던 이두봉 검사는 검사의 꽃인 인천지검 검사장으로 영전해 있었다. 아픔은 그들의 몫이고 영광의 나만의 것이다. 전두환을 좋아하는 전 검찰총장이 그랬다.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분노케 하는 것은 깡패 검사이지만 얄미운 존재는 그동안 이처럼 보복수사와 보복기소가 숱하게 있었음에도 눈 감고 있다가 처음으로 국민의 손을 들어준 법원이다. 우리가 사법부를 정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이유는 그들의 판결이 마지막 결정이기에 그것이 곧 정의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검찰이 보복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언제나 침묵으로 아니 공범이었던 집단이 사법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이 많은 검찰의 선별적 수사와 기소를 단 한 번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 사법부가 최초로 밥값을 했으니 앞으로의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더 이상 검사는 깡패가 아니라 공익을 대표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일 뿐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해 주기를 바란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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