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정성희)은 개관 12주년을 맞아 경기옛길센터와 함께 특별전 ‘경기옛길, 상심낙사의 길을 걷다’를 선보인다.
23일 막을 올리는 전시는 실학자 여암(旅庵) 신경준(1712~1781)이 편찬한 ‘도로고(道路考)’를 중심으로 옛길의 의미를 살펴보고, 옛 그림과 사진, 영상을 통해 옛길 지도를 따라가며 다양하게 펼쳐진 풍광을 느낄 수 있다.
상심낙사는 ‘마음으로 감상하는 즐거운 일’이란 의미이며, 소동파가 만든 ‘마음으로 감상하는 16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의 ‘상심십육사(賞心十六事)’에서 비롯됐다.
다산 정약용은 “유산의 내 옛집은 비록 재물은 넉넉하지 않으나 천연으로 이뤄진 산수의 운치만큼은 마음으로 감상하고 즐길만한 곳”이라며 상심낙사의 운치를 가진 곳으로 자신의 고향집이 있는 초천과 서종을 꼽았다.
또 “서울은 물가도 비싸고 살면 살수록 빚에 쪼들리지만, 서종이란 곳은 초목이 무성해 겨울에도 추울 일이 없다”고 했다.
실학자들은 길 중에서도 특히 ‘도로’의 중요성을 얘기해 왔다. 그중 길을 가장 체계적으로 연구한 실학자가 바로 여암 신경준이다.
신경준은 국가를 다스리는데 있어 치도(治道), 즉 도로의 개선과 정비가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그가 편찬한 ‘도로고’를 중심으로 옛길의 의미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실학자 신경준이 말한 6대로(六大路)를 기초로 역사적 고증과 현대적 재해석을 거쳐 역사문화탐방로로 조성해 왔다.
전시 1부에서는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각 방면의 극단 지역을 방사상으로 연결해 국토를 포괄하는 도로교통망인 6대로의 노정을 살펴볼 수 있다.
신경준은 ‘도로고’ 서문에서 “집은 개인의 것이나, 길은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집은 아끼지만, 길에는 소홀하다. 길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길은 국가가 주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부가 원하는 만큼 땅을 갈게 하고 길을 가는 자가 원하는 만큼 길을 가게 하는 것이 인정(人政)이라 생각했다.
전시 2부는 상심낙사(賞心樂事)의 길로 구성했다. 다산 정약용의 ‘여성화시첩(與聖華詩帖)’과 정수영이 그린 ‘한임강명승도권(漢臨江名勝圖卷)’을 중심으로 경기 옛길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실학박물관이 위치한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는 6개의 경기옛길 가운데 남양주 삼패에서 두물머리와 양평을 지나 강원도 원주와 경상북도 평해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길은 실학자 담헌 홍대용과 다산 정약용이 육로와 배를 이용해 다니던 상심낙사의 아름다운 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정성희 관장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양수리는 정약용과 서유구의 자취를 전하는 곳이며, 평해길이 거쳐 가는 평구 일대는 대동법을 실행한 김육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상심낙사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옛길, 상심낙사의 길을 걷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