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어떤 라이온(Lion)을 선택할 것인가

2021.11.05 06:00:00 13면

 

 

역사를 소수 엘리트층에 의한 지배로 본 이탈리아의 정치경제학자 파레토(Vilfredo Pareto)는 대중의 지배는 일종의 환상이라고 했다. 대중들은 그저 자신들을 이끌어줄 새로운 엘리트를 기대할 뿐이기에 그 엘리트가 순환하면서 역사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엘리트의 순환론』(정헌주 역, 간디서원, 2018)에서 사자형(Lion)과 여우형(Fox) 엘리트가 교차한다고 했다. 사자형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강하고 충성심과 힘을 강조하며 용감하고 무모하며 때로는 무식하기까지 하다. 여우형은 현란한 말솜씨와 조작에 능하며 교활하고 주도면밀하며 때로는 유약하고 무능하기까지 한 지도자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의 역대 대통령에 대입해보자. 먼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교활한 여우 성향이 있었지만, 권위주의가 넘쳤던 전형적인 사자형의 지도자였다. 4·19로 2공화국을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의원내각제로 무책임한 장면 총리가 지도자였다. 3번째 지도자는 18년의 철권통치를 했던 라이온형의 박정희였다. 그의 사후 80년의 봄 시절 최규하는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무능 그 자체의 폭스형이었다. 5번째 광주에서 피의 학살을 자행하면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누가 뭐래도 사자형이었고, 뒤를 이은 노태우는 자신을 물태우라고 할 정도로 위장술에 뛰어난 여우형 지도자였다.

 

문민정부를 만든 YS의 초기 개혁 드라이브와 임기 말의 파국을 기억한다면 그는 라이온형이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대권에 오른 DJ는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남북평화의 초석을 놓은 폭스형이었다. 임기 내내 원칙을 고수하며 기득권층과 대립했던 노무현은 라이온이고, 뒤를 이은 이명박은 누가 보아도 폭스, 그리고 모든 권력은 내준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박근혜는 무식한 라이온형이었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답답한 고구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민주적이었다. 측근 중에 배신자가 나와서 온갖 비난을 쏟아부어도, 부하 장관이 말을 안 들어도 그저 묵묵부답이었던 이 정부는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연약한 폭스형으로 평가될 것이다.

 

자, 이렇게 정리해보니, 마치 파레토는 우리나라에 살았던 사람 같은 생각이 든다. 정말 엘리트의 순환으로 역사가 발전해 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년에 있을 대선의 결과는 사자형의 지도자 순서이다. 이미 스트롱맨들의 대결이라고 하듯이 여당 후보가 된다면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촛불정부가 못다 한 사법, 언론, 부동산, 교육 등 온통 개혁의 대상이다. 또 야당 후보가 된다면 그동안 못 누렸던 기득권을 다시 행사하기 위해 사정없는 질주를 할 것이다. 각종 규제는 철폐될 것이고 대북 강경정책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어차피 사자형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면 선택은 국민이 몫이다. 냉철한 이성적 판단으로 어떤 라이온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과에 책임지는 것 또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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