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분단 원죄’ 미국은 종전선언 협조하라

2021.11.09 06:00:00 13면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 정착을 위한 노력을 요청하고 북한을 방문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에는 유엔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회원국들의 적극적 지지와 협조를 구했다. 이를 위해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을 미국에 보내 한반도 정책 관계자들을 만나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설득하도록 하기도 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남북 평화정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평가할 만하다.

 

돌이켜 보면 한반도의 분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 구축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한 것이다. 분단이 운명이라면 마땅히 전범국가 일본이 그 짐을 지어야 했음에도 미국 등 강대국은 한반도에 그 업보를 뒤집어씌운 셈이다. 미국은 일제 강점기 친일 민족반역자 집단을 재기용함으로써 민족 내부의 갈등을 촉발하고 급기야 동족상잔의 전쟁에 이르게 했다. 이 죄업은 두고두고 미국이 갚아야 할 역사적 책무를 상기시킨다.

 

또한 미국은 군정을 통해 민족 내부에서 일어났던 정당한 단독정부 반대운동을 유혈 진압(4·3 사건)했을 뿐 아니라 통일정부 구성을 위한 남북 협상을 방해함으로써 민족국가 형성과 평화 정착 노력을 초기부터 깨트린 원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죄과를 안고 있는 미국은 이제는 한반도에서 일고 있는 평화와 화해 움직임을 지지해야 한다. 그 첫 단계로 남북미(중) 간의 종전선언 추진을 돕고 분단 종식에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공표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정상은 세 차례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회담을 열어 전 세계를 감동시킨 바 있다. 이는 화해와 협력을 위한 민족의 정당한 노력이자 절절한 염원을 담은 것이다. 또한 미국을 설득해 싱가포르와 하노이 등 두 곳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대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우하도록 주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한반도에서 70여 년간 구축되어온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한국인들의 자연스러운 몸부림이다. 분단 상황을 끝내고 동북아에서 영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세계사적 의의를 지닌다. 종전선언의 성사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길목에서 그 당위성을 결코 작게 평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만약 미국이 비협조로 일관한다면 우리 민족의 큰 원망을 살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처와 상관없는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 관광 중단 조처를 비정상화의 정상화 차원에서 철회하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한 간의 화해 협력 노력의 정착 성과가 가장 중요한 역사적 업적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미국의 현상유지 정책을 창조적으로 정면 돌파하는 특단의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김형배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