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낭만이요?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동기를 비롯해 선‧후배 얼굴조차 제대로 본적이 없습니다.”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교에 다니며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22살 박경훈(가명)씨. 경훈 씨는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
경훈 씨가 대학에 입학한 이후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고, 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됐다.
학기별로 이수하는 과목의 강의는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고, 같은 학과 동기와 선‧후배들의 얼굴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경훈 씨는 “캠퍼스 낭만을 기대했는데 지금까지 대화 한번 못해본 동기들도 많이 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싼 등록금 내고 이렇게 졸업하는 것이 억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훈 씨를 비롯해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른바 ‘비운의 20학번’으로 불린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등교를 못하고 온라인으로 학사 일정을 소화하며 대학의 낭만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것이다.
천안의 한 대학에서 광고홍보과에 재학 중인 윤재원(22‧가명)씨는 “MT는 고사하고 동기들과 다 같이 모여 술 한잔하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며 “동기들을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깊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도내 한 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4)씨도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했는데 과거 동기와 후배들은 모두 졸업해 홀로 학교에 다니는 느낌이었다”면서 “새로운 동기‧후배들을 만날 기회도 없이 졸업하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강의는 물론 축제와 동아리 활동 등 대면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경훈 씨와 재원 씨처럼 오프라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사이버대학을 다닌 것과 다름없다며 하소연했다.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누리지 못한 이들의 불만은 또 있었다. 바로 등록금이다.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비싼 등록금의 값어치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재원 씨는 “2년간 학교에 가는 날을 손으로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학교에서 등록금 일부를 돌려줬지만 이미 지불한 등록금에 비하면 쥐꼬리 수준”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대학들의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자 일반대학에 760억원, 전문대학에 240억원 등을 투입했다. 전문대학의 경우 82.1%가 지원을 받아 특별장학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10~20만원 수준으로 수도권 전문대학 연평균 등록금인 62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도내 한 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최모(25)씨는 “어차피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것을 알았다면 사이버대학에 다녔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대학 보다 사이버대학의 등록금이 많이 저렴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경기신문 = 허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