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지식인을 위한 변명

2021.12.21 06:00:00 13면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저서이다. 제목은 지식인을 위한 변명인데 내용은 지식인을 비판하고 있다. 왜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비판했을까?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지식인은 사회의 특정 계층에 묶여 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닌, 계급적 이해관계를 넘어서고 초월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진리의 수호자이다. 그들은 사회 진보에 기여하고 다수의 이익에 봉직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현재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지식인을 지배 수단을 연구하는 단순한 기능인으로 취급하여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데에 이용할 뿐이다. 이때 피지배계급에게 지식인은 지배계급의 앞잡이로 전락한다. 이런 지식인을 사르트르는 지식 판매꾼이라며 맹비난했다.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부당한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자들은 지식을 팔아먹는 지식 판매꾼이라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을 만들고 또 그 정당성을 홍보하고 다니던 학자들부터 4대강을 꼭 정비해야 한다고 논리적으로 조용조용히 설파하던 뱀의 혀를 가진 자들이 그들이다.

 

대선 정국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각 진영마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지식인들이 지지그룹으로 발표되고 있다. 눈에 가장 띄는 것은 교수들이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전문가요 지식인들인 교수들이 현실정치에 참여를 통해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들을 위한 위원장 감투에서부터 자문, 고문 등 자리도 각양각색이다. 매스컴을 타고 있던 탤런트 교수들은 영입의 우선순위다.

 

5년을 주기로 벌어지는 지식인 영입의 모습은 새롭지도 않다. 이름이 올라간 교수들 대부분 일회용이라 곧 잊혀 버리지만, 그들 중 몇몇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새로 탄생한 정권의 장관도 되고 기관장으로도 진출하기도 한다. 학생 지도와 연구 압박을 받는 것보다도 훨씬 나은가 보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니라 정권이 올바르게 나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때로는 일침을 놓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얼마나 우리 사회가 진보해 왔는가를 보면, 아직도 친일 잔재가 거론되고, 개발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여전히 종북 좌파라는 시대착오적 논리가 거론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결코 지식인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과 상식의 대변자인 양 등장한 대선 후보가 가족들의 비리와 함께 누가 보아도 공정치 못하고 상식 밖의 일들이 연일 밝혀지고 있는데 그 곁의 지식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 곁의 소위 교수 출신 지식인이라는 자들은 한결같이 그의 불법을 사악한 논리로 옹호하고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기꺼이 스스로 지식 판매꾼임을 자처하고 있다. 곡학아세(曲學阿世, 그릇된 학문으로 세상을 속임) 하지 마라. 무지한 일부를 속일 수는 있어도 그 알량한 지식으로 전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사르트르가 같은 지식인으로서 얼마나 창피했으면 제목을 비판이 아닌 변명이라고 했겠는가. 내가 다 부끄럽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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