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나라에 30대 초중반 총리가 들어설 때마다 어떻게 새파란 나이에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가 될 수 있는지 놀라는 분들이 많다. 30대 총리들의 비밀은 이들 나라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정당가입이 가능해서 10대 중반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한다는 데 있다. 그 결과 나이가 젊어도 무려 20년 안팎의 정치이력을 자랑하는 30대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전문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후 50세 안팎에 정치권에 입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도 정치경험이 짧은 편이다.
특히 2,30대 청년의 국회진출은 전 세계에서 최저수준이다. 2018년 국제의회연맹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에서 20대 국회의원이 10%를 넘어섰고 덴마크, 우크라이나에선 2,30대 국회의원비율이 40% 벽을 깼다. 30세미만이 전 세계 국회의원의 2.2%, 40세미만이 15.5%, 45세미만이 28.1%를 차지하는데 2018년 현재의 20대국회엔 30세미만이 0%, 40세미만이 1%, 45세미만이 6.3%밖에 안 된다. 청년이 희망을 잃은 사회가 된 저변에는 이처럼 청년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못하는 정치현실이 놓여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지난11일 정당가입연령을 만18세에서 만16세로 하향조정한 정당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8세미만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곧 만16세 고1 당원들이 출현할 게 틀림없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출마가능연령을 만25세에서 18세로 하향조정한 선거법개정안도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머지않아 16세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해서 18세에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도 나오게 생겼다. 모처럼 국회(정치개혁특위)와 여야정당을 칭찬할 일이 생겨서 흐뭇하다.
국회정치개혁특위는 이번에도 교원정치기본권 보장여부나 보장수위를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교사들은 오는6월1월 지방선거에서도 오는2월말까지 사표를 내지 않고는 교육감을 상대하는 시도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교육감선거에도 출마하지 못한다. 특히 민주당에 유감이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12월 원내지도부와 민생, 개혁입법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교사의 정치기본권문제를 콕 짚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전향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줄 것을 특별히 주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늦어도 한 달 이내에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입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이상 다음의 두 가지 현상이 불가피하다. 첫째, 금년3월부터 고등학교에선 정치활동을 금지당한 교사들이 정당가입 등 정치활동이 자유로운 16세 이상 고교생을 상대로 정당정치 교과수업을 진행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비유컨대 수영학습을 금지당한 교사가 수영선수들에게 수영강습을 진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째, 금년7월1일부터 새로 출범할 17개 시도의회에 유초중등교육전문가 출신이 단 한명도 없을 가능성이 99%다. 교직을 포기하고 출마할 현직교사가 한 사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향후 4년도 비전문가 시도의원들이 유초중등교육에 투입될 예산(총70조)을 좌지우지할 게 틀림없다. 교육관련 조례입법이나 교육행정감독도 마찬가지다.
유초중등교육에 관한 한 유초중등교사들이 최고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유초중등교사의 피선거권 박탈과 각급의회 진출봉쇄는 교육의 본질가치와 실현방법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교육입법과 정책, 예산 감독의 전 과정에서 발휘되지 못한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교육 법제와 정책, 예산이 전문성에 뿌리를 두지 않고 포퓰리즘에 휘둘릴 경우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아이들이다. 교사가 국가나 부모와 달리 교육의 본질가치를 놓치지 않도록 훈련된 전문가라는 사실을 믿는다면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교사집단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으로 볼 게 아니다. 오히려 교육의 본질가치로 표현되는 아이들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요구되는 교육대전환의 중요한 일부로 봐야 정확하다. 국회와 민주당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입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