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潛龍)들 세상을 노리다. 선거 얘기다. 개천에서 용 났다. 이재명 대통령후보 얘기다. ‘개천용’은 우리와 친근한 이미지다.
중국 황제의 상징 용, 우리나라에선 그 그림 흉내도 못 냈다. 대신 봉황이 임금의 상징이었다. 청와대 문장(紋章)의 봉황은 이 굴레 벗지 못한 결과다.
20세 조지훈의 시 ‘봉황수’(鳳凰愁)는 뒤틀린 역사의 한(恨)을 품었다. 이제 그 한의 대상은 미국과 일본인가. 정신력 허전한 저 나라들의 짜증스런 사슬, 풀어버리자.
저 시의 해석과 해설들, 상당수가 헷갈렸더라. 입시용 상투적 문안의 몰(沒)지성에 섬뜩했다. 용을 서양신화의 드래곤과 혼동한 경우도 잦았다. 어찌 탓하랴, 구미(유럽과 미국)의 지식의 틀로만 가르쳐 왔으니.
요즘 뜬금없이 문해력(文解力)이 유행이다. 이는 여태 한글 못 배운 세대에게 가나다 깨쳐주는 ‘특수교육’이었다. 연예인과 교수 내세운 교육방송의 프로그램에 엄마들이 놀란 것이다.
초중고교생 상당수가 말귀 못 알아듣고 글눈 어두워 (책을) 읽고도 뜻을 짐작도 못 한단다. 그런데 그 원인과 해결책은 구미의 리터러시(literacy)에서 찾고 있다. 시청률도, 책 판매도 좋고, ‘문해력유치원’도 방송 중이란다.
문제가 있다. 한국어 ‘문해’와 영어 ‘리터러시’는 알맹이가 다르다. 한국어 구조의 큰 요소인 어휘(語彙)는 리터러시의 보캐뷸러리(vocabulary)와는 딴판이다. 리터러시를 보통 ‘문해’, 보캐뷸러리는 ‘어휘’라고 번역하나, 이 개념 짝은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영어는 이집트상형문자가 소리기호로 바뀌고 그 위에 유럽 언어 요소들이 융합된 것이다. 한국어는 한글 위에서 고유어와 한자 몽골어 일본어 영어(알파벳언어) 등 여러 요소가 융합됐다.
그 요소들의 존재형태와 의의, 현재언어와의 관련성 등이 바탕이 되는 문해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노출 반복 암기 등 교육방송 식의 문해력 교육,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다.
그러나 두 언어 사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점이 급소다. 단어 몰라 뜻 놓치는 핵심을 바로 보자. 남의 집 열쇠로 제 집 현관문은 못 연다.
호랑이가 고양이 아니듯, 용은 드래곤과 다르다. 드래곤은 동굴에서 여인을 인질삼아 심통 부리다 기사의 창에 찔리는 꾀죄죄한 놈이다. 문해와 리터러시, 동서양 언어의 차이를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