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공립유치원 190학급 감축…교사들 "학습권 침해" 반발

2022.02.01 14:26:24

도교육청 "원아 감소해서"…교사노조 "폐원·감축 기준 재고해야"

 

"오로지 원아가 적다는 이유로 공립 유치원을 폐원하겠다는 것은 교육청이 아이들을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2020∼2021년 경기도 포천지역의 소규모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로 근무한 윤지혜 씨는 폐원 위기에 놓인 유치원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했다.

 

윤 씨는 지난달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워낙 시골 지역에 있는 유치원이라 작년 말 원아 모집에서 4명이 신청했다"며 "그런데 교육청에서 학급편성 최소기준인 5명에 미달했다며 문을 닫으라고 통보해왔다"고 했다.

 

2020년 7명이던 원아는 1년 만에 4명으로 줄었다. 학부모들은 '통학버스가 없고 방학 중 돌봄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근 어린이집으로 옮겼다고 했다.

 

윤 씨는 경기도교육청에 통학버스 지원과 방과후전담사 인건비 지원 등을 지속해서 요청했으나 '원아 수가 적다'는 이유로 반려됐다고 했다.

 

그는 고육지책으로 운영비 예산을 절감해 방학 중 돌봄을 담당할 방과후전담사 인건비를 마련했고, 이번 겨울방학 기간 이틀을 제외하고 방학중 돌봄을 운영했다.

 

그는 "학부모들로부터 '왜 이제서야 방학중 돌봄을 이렇게 운영하시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당국의 획기적인 지원이 없다면 소규모 유치원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했다.

 

윤 씨가 근무했던 병설유치원은 추가 원아모집 기간에 극적으로 1명이 충원되면서 폐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2022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원아 수 감소를 이유로 도 교육청이 공립유치원 학급을 대거 축소하자, 교사들이 '공교육 지원 대책 없는 일방적 감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일 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 1일 자 공립유치원 현황은 1천296개원(단설 157곳·병설1천139곳), 총 3천812개 학급(가편성 기준)이다.

 

이는 작년 말 기준 유치원 1천284개원(단설 149곳·병설 1천135곳) 3천827개 학급 대비, 유치원 수는 12곳 증가한 반면 학급수는 15개 준 것이다.

 

올해 신설되는 유치원 학급수를 제외하면, 기존 유치원에서만 190개 학급이 감소하는 것이다.

 

도 교육청의 유치원 학급 감축 기준은 최소 유아 수 5명 미충족(인가 2학급 이상 규모 유치원), 유아 수 기준을 충족하지만 정원 충족률 50% 미만이면서 유아 모집에 곤란을 겪는 경우이다.

 

도 교육청 학교설립과 관계자는 "모집 원아가 작년보다 3천여명 줄어 학급수 감소가 불가피하고, 원아 감소 대비 학급수 축소는 비교적 적은 편"이라며 "학급 감축 기준에 해당한다고 해서 무조건 학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지역 유아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그동안 학급 편성 기준을 여유 있게 적용해온 도 교육청이 갑자기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교사노조는 "그동안에도 학급편성 최소 인원 기준이 있었지만, 현장 의견을 반영해 여유 있게 학급을 운영해왔다"며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도 엄격하게 이를 적용하고 학급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했다.

 

이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던 도 교육청은 도서벽지를 중심으로 학급 감축을 단행해 유아들의 학습권과 학부모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 교육청이 학급 감축에는 적극적인 반면 공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소극적이라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 전교조)는 최근 낸 입장을 통해 "공립유치원의 돌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방과 후 과정 인력 및 예산 지원이 전무하고, 심지어 돌봄 인력 대부분이 방학 중에 근무하지 않는다"며 공립 유치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유아의 안전을 보장하고, 학부모의 기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아침 돌봄, 저녁 돌봄을 포함한 방과후과정 돌봄에 대한 인력 확보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적 논리에 입각한 폐원·감축 기준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유치원의 방과후과정 내실화를 위해 시간제 근무 기간제교사의 근무시간 연장과 방과후전담사 임금을 도 교육청이 100%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해 74개원에서 운영한 통학버스도 올해 88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모 중심의 공교육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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