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 공약 외치지만…고교·대입체제 개편 청사진은 실종

2022.03.01 10:16:52 3면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모두 공약…사교육·특목고 폐지 의견은 엇갈려
대학 구조조정·혁신 구체적 방안도 없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에 국가 인재를 키워낼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은 너나없이 '공정성'을 내세우며 대입 정시 확대를 내세웠지만, 정작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고교 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큰 흐름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재정위기와 대학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이렇다 할 교육 공약은 보이지 않고 있다.

 

◇ 李·尹·安 모두 "정시확대"…대입제도 개편 큰 흐름은 안 보여

 

28일 각 후보 공약집 등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은 정시 확대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대입 공정성 위원회를 설치해 대학 수시전형을 모니터링하고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수시 비율이 높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수능 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고 대학생까지 수능 문항 검토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윤 후보는 복잡한 대학입시 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정시 비율을 확대 조정해 불공정 시비와 특혜입학 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입시 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암행어사제'와 비리가 확인되면 대학 정원을 축소하고 관련자를 파면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아예 수시를 폐지하고 정시를 전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시 모집 중 80%는 일반전형으로, 나머지는 특별전형(사회적 배려계층 10%, 특기자전형 10%)으로 선발하고 수능을 7월과 10월 연 2회 실시해 대입에는 높은 점수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내신과 스펙을 위조하면 관련자를 업무방해 및 사문서위조로 형사처벌하고 해당 학생의 입학을 취소하며 졸업했다면 졸업을 취소하고 제적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학 서열 완화' 등을 공약했지만, 정시 확대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후보들이 대입 공정성 강화를 목표로 정시 확대 공약을 내놨지만, 아예 수시를 폐지하겠다고 한 안 후보 외에는 그 구체적인 비율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쏟아지는 '정시 확대' 약속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이미 오랫동안 추진돼온 고교학점제와 교육과정 개정, 2028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개편으로 이어지는 고교·대입체제 재편을 전반적으로 아우르지 못한 채 단편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부와 내신 위주 정책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정시 확대를 주장하기에 앞서 고교 교육 과정과 수능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 성격을 완전히 바꿀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위를 다투는 두 후보 모두 수능 개편 없는 정시 확대 공약을 내놓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경쟁교육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절실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수능에서 절대평가나 선택과목이 늘어나면 변별력이 없어지고 형평성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수능은 필수과목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선택과목 체제로, 정시를 확대하게 되면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현재 정시 비율이 낮고 고교학점제의 큰 그림이 아직 나와 있지 않아 우선은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입시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육 주체들 의견 대립하는 사안엔 말 아껴…지방대 지원책도 부실

 

역시 고교 체제 개편과 관련돼 있는 2025년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서는 후보들이 뚜렷한 찬·반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특목고 폐지 여부에 대해 사교육을 유발하는 영재고·과학고 선발제도를 개선하고 이들 학교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윤 후보는 특목고가 사교육 유발의 원인이 아니라며 특목고가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기보다는 입시 위주로 운영됐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안 후보는 특목고는 추첨 선발로 전환하고 과학고는 별도 졸업장 없이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위탁 교육만 실시하도록 해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만이 고교 평준화 법제화 추진,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 등의 공약을 내놔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서는 교육 주체들의 입장이 대립하는 만큼 후보들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교육 정책까지는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후보들에게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유예, 수시-정시 균형 선발 등을 요구한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고교 내신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운영하고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등 전혀 다른 과제를 제시했다.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조정과 혁신 현안이 고등교육에 중요한 현안이나 후보들의 공약에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선 후보들에게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초·중등 교육비 수준으로 상향하기 위한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과 고등교육세 전환, 대학 운영 규제 철폐, 지방대가 지역 혁신의 구심점이 되는 상생혁신파크 조성 등 방안을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재정 혁신과 관련한 공약은 심 후보가 거점 국립대를 상향 평준화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등을 내세운 것 정도다.

 

이 후보의 고등교육 관련 공약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혁신공유대학 체제 구축과 대학도시 건설이다.

 

윤 후보는 지역 거점 대학에 대한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상위 국립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국가 장학금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유아·돌봄과 관련해서는 모든 후보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초등학생이면 모두 오후 3시에 하교하는 '동시 하교제'를 도입하며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시간을 7시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가가 책임지는 유아교육'을 목표로 교사 1명이 담당하는 유아 수를 줄이고 만3∼5세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방과후 학교는 오후 5시까지, 초등돌봄교실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초등돌봄 국가책임제'를 공약했다.

 

안 후보는 학제를 만 3세에 시작해 유치원 2년, 초등 5년, 중등 5년, 진로탐색학교·직업학교 2년, 대학 4년으로 개편하자는 공약을, 심 후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유아 3년 무상의무교육, 국공립유치원 확충 등을 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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