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엄청 날려, 숨쉬기도 힘들어"…울진 산불로 혼비백산 대피

2022.03.04 18:24:30

한울원자력본부 직원들도 한때 "필수인력 빼고 모두 대피"
"사택 빠져나오는데도 한참" "사전투표일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필수 인력만 남고 모두 강원도로 대피하고 있습니다."

 

4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울원자력본부를 향하자 주민은 물론이고,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도 한때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수원 직원 A씨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택 주변에 재가 날리고, 유독가스 같은 게 너무 퍼져서 숨쉬기도 힘들었다"며 "불길도 보이고 재도 엄청나게 날렸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시간 때만 해도 산불로 인한 주황빛 하늘에 '연기가 조금 난다'고 생각했을 뿐인 그였다.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며 갑자기 한울원자력본부 건물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어 "건물 1층 로비로 내려가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는 "1층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보자고 했고, 회사에는 필수 인력만 남은 걸로 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회사 사택인 아파트에 부모님도 계셔서, 집에 들러 현금과 트레이닝복을 겨우 챙겨서 셋이서 급히 빠져나왔다"며 "너무 정신이 없었고, 사택을 빠져나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고 말했다.

 

A씨 모친은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라며 "게다가 오늘은 사전투표일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목소리를 떨었다.

 

일단 강원도로 대피한 A씨 가족은 당장 오늘 밤을 어디에서 보내야 할 지부터가 막막한 상태다.

 

산불이 강원도에도 번지고 있다는 소식에 멀리 있는 친척 집으로 이동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 산불은 한울원전 인근 변전소를 연기로 뒤덮을 정도로 원전 주변까지 접근했다.

 

소방청은 한울원전에 고성능 화학차 등 소방차 24대를 배치했다.

 

또 한울원전본부의 요청에 따라 중앙119구조본부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대기 중이던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출동시켜 원전 주변에 배치했다.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은 1분에 7만5천ℓ의 소방용수를 130m까지 방수하는 능력을 갖춘 '울트라급' 소방차로, 작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산불 진화 헬기도 원전 쪽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산불 진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산불 확산으로 한울원전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산불로 인한 발전소 피해는 없지만, 송전망에 문제가 생길 상황에 대비해 한울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울원전에는 총 6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나 6호기는 예방 정비 중이다.

 

또 신한울 1호기는 현재 시운전 중이고, 신한울 2호기는 운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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