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음식을 먹는다는 것 그리고 가린다는 것

2022.03.09 06:00:00 13면

 

 

‘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아요? 더 가릴 음식은 없는가요?’

 

그녀가 물었다. 마흔 넘어 결혼을 하고 임신을 위해 한 시험관시술에 다섯번 실패한 후 빠른 회복이 절실한 마음이리라, 열심히 했는데 심신이 지쳐버린 그녀다.

 

나는 “돼지고기와 밀가루, 튀김, 인스턴트, 화학첨가물이 든 음식을 피하고 한식위주로 담백하게 골고루 식사하라는 큰 원칙만 지키면 되어요.” 하고 대답하니 그녀는 자세히 알려달라고 재차 졸랐다. 마지못해 나는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한약을 복용하면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던 어느날 그녀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원장님. 회를 조금 먹어도 괜찮나요.”

 

바닷가 동네인 고향 부모님댁에 갈 때면 비추천 음식인 회종류를 많이 차려주시는데 안먹는 게 스트레스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면서 참는 것보다 신선하고 좋은걸로 조금씩 먹는게 나아요. 먹을 때 마늘이나 생강, 된장 등을 같이 먹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했다.

 

폐경이후에 기운이 너무 없어 내원한 그녀다. 오랫동안 갑상선기능저하증이었다가 작년에 폐경이 된 이후 홍조, 두근거림, 불면, 질의 건조감과 통증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 안되고 너무 불안하고 두근거린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다른 한의원도 여러 번 가봤고 산부인과 정형외과도 거쳤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건강에 좋다는 것을 집에서 달여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홍삼을 먹고 얼마전부터는 칡과 오미자를 달여먹고 있다. 가시오가피도 주문해놨다고 한다. 영양제와 유산균도 부지런히 챙긴다. 그래도 불편감은 여전했고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몸의 상태에 맞는 한약을 처방했다. 소홀한 식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고 아울러 홍삼도 칡도 가시오가피도 적절하지 않으니 오미자만 조금씩 복용하라고 일렀다. 그녀는 “아, 또 주문해 놓았는데요” 라며 난감해한다.‘

 

한의원에서 무수하게 많이 만나는 상황들이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가리는게 좋은지 많이들 궁금해한다. 오가피, 오미자, 칡, 홍삼 등은 식약공용한약재이다. 우리나라에는 식약공용으로 분류해놓은 한약재가 100여종이 넘는다. 약재를 식품으로 분류를 해 놓았지만 약재이다. 특히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는 한의사가 진단하고 적절하게 처방한 한약을 먹고 몸을 회복할 수 있듯이 이런 식약공용한약재도 진단하에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 꼭 근처 한의원에 가서 문의해보고 복용하길 권한다.

 

한약재가 아닌 음식은 한약재보다 성질이 완만해서 천연재료의 한식 위주로 담백하게 골고루 먹는 것만으로도 좋다. 다만, 병으로 치료가 필요할 때는 일상에서의 식사도 에너지가 도움이 되는 것을 먹고 해로운 것을 피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한약 복용법에서의 음식 안내에는 이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약과 음식이 에너지의 방향이 같아 벡터가 합해지면 치유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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