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공정과 님비 사이에서

2022.03.22 06:00:00 13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란 주제는 매우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공공선 내지 공적 가치로서의 공정은 민주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 없고, 선진 사회일수록 공정한 사회임은 분명하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의 근거가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만행이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이들이 표창장 하나에도 공정을 외치면서 검찰 난동을 묵인한 상황이 있다. 당시 공정을 외치면서 집회룰 한 이들은 노동 현장에 있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강남에서 학력 세습권에 있던 젊은이들이었다.반면 아빠 찬스로 대리 퇴직금이 50억이 되어도 누구도 공정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표창장 하나로 4년을 복역해도 여전히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50억 퇴직금에 있어서는 조용했다.한편, 지난 2014년 4월 많은 어린 학생들이 눈 앞에서 세월호와 함께 수장되며 드러난 행정부의 무능에 대하여 누구나 슬퍼하고 안타까워했으나 대규모 촛불 집회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광화문 촛불의 도화선은 그해 9월 최순실 딸 최유라의 이화대학교 특혜 부정 입학이 불을 당겼고, 결국 정권을 바꾼다.

 

공정이 공공선의 공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라면 세월호 사태나 50억 퇴직금에서의 침묵이라는 상황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수십명의 검사가 동원되어 70여 차례 압수수색으로 입학과 상관없는 표창장 하나라는 조국의 경우와 재벌과 권력층이 개입된 부정 특례 입학이라는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적 차이마저 철저히 무시된 채 공정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정죄하는 우리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어린 학생들의 수장은 공적 무능이었지만, 내 아이가 겪은 것은 아니었다. 대리직 6년에 50억 퇴직금은 매우 부당하지만 내 몫은 아니었다. 그러나 입학에 있어서는 내가 영향받는 사안이다. 열심히 사교육을 받은 이들에겐 권리가 침해된 셈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공정을 외치며 집회를 한 이들은 현장 노동자인 젊은이들이 아닌 소위 명문대학의 강남 출신 대학생들이었다.

 

이는 공정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누릴 기본 권리라는 ‘내면화된 기득권’의 침해였다. 우리는 그것은 ‘님비(NIMBY)라고 부른다. 더욱이 능력주의가 조장되는 사회에서의 님비란 차별을 강화한다. 비록 광화문 촛불에 나선 이들의 대부분은 공공선을 위한 것이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광화문에서 특혜와 부정부패를 말했던 이들이 정작 자신 직장에서는 본인의 불이익을 겪을 수 있는 부정부패 공론화에 나서지 않은 것도 다르지 않다.님비가 공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될 때, 사회는 집단 퇴행으로 간다. 적폐 청산을 요구한 5년 전 광화문 촛불과 지난 총선 이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직행한 대선 결과는 개혁을 바라던 촛불 시민 중의 일부가, 특히 한강변 서울시민이 기여 했다는 것은 선진국으로서의 사회적 공정과 공공선에 여전히 후진적 님비가 작동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경제 지표로서의 선진국을 넘어, 진정한 공정이 작동하는 선진 사회를 위해 건강한 사회 윤리와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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