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

2022.03.23 06:00:00 13면

 

대선의 결과로 인한 트라우마가 꽤 오래가고 있다. 의학적 용어인 정신적 외상(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이 선거 후유증으로 전환되어 뉴스도 보기 싫고, 의욕 상실에 식욕부진까지 겹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충격으로 나온 선거 후 스트레스장애(Post Election Stress Disorder)를 나도 겪는가 보다. 그러나 이젠 일어나야 하는데 벌써 나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승리가 확정된 후 윤석열 당선자는 자신은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투표 결과는 다 잊었다고 한다. 글쎄? 국민통합을 위해서 투표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라며 백번 환영이지만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이재명 후보보다 더 받은 표는 겨우 24만여 표였다. 0.73% 차이는 역대 최소 차이이자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의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그만큼 나라가 양단 났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다 잊었다는 소리가 자꾸만 거슬린다.

 

인수위를 통해서 나오는 신정부의 정책들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유세 중 내뱉은 공약에 대한 재검토는 일정 정도 필요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여성가족부의 해체는 강행한다고 한다. 과연 젠더갈등을 화합시킬 묘수는 있는 것인지. 그리고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이미 예상되었지만, 노조에 대한 적대적 시각, 대학등록금 동결을 해제한다든가, 재산세·종부세 등의 완화로 중저가 주택을 가진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등 하나같이 걱정스러운 내용들이다. 더욱이 사드 추가배치 공약을 넘어서 동북아를 화약고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쿼드(Quad, 미국, 인도, 호주, 일본이 맺은 중국 견제를 위한 비공식 안보회의체) 가입을 시도하고, 급기야 청와대 이전 주장은 또 무슨 소리인지. 날벼락을 맞은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 등 그야말로 그렇게 강조하던 국방력 강화와는 완전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왜 그럴까. 설마?

 

민주주의는 선택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정치제도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 대두되었던 그 많은 의혹과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해준 국민이 감수해야 할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평화를 택할 길이 있었음에도 전쟁으로 치닫게 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책 결과였다. 침략자 푸틴을 비난하지만 어설픈 지도자를 선택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지 여부를 떠나서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박수를 쳐주는 것이 민주주의다. 단, 언제나 살아있는 비판적 시각으로 권력을 지켜보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전 세계에 적용되는 이유는 나쁜 지도자를 뽑았더라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국민에 의한 정치제도라는 점 때문이다.

임형진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