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퇴짜' 尹인수위…사법분야로 번진 신구권력 충돌

2022.03.24 14:50:07 4면

인수위, '尹공약 반대' 박범계 공개비판…尹 "檢개혁 안됐단 자평인가"
'검수완박' 드라이브 건 민주당과 새정부 치킨게임식 강대강 대치 계속될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법무부가 정면충돌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4일 예정돼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함으로써 정무·행정·사법분과 업무보고는 법무부를 제외한 채 파행 운영하게 됐다.

 

인수위가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업무보고에 법무부의 참여를 거부한 것이다. 대선 직후 인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건건이 충돌한 신구권력의 힘겨루기가 사법 분야 운동장으로 번진 모양새다.

 

인수위 정부·행정·사법분과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기자회견에서 법무부를 향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 등 이례적으로 감정적이고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윤 당선인도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 '윤다방'에서 가진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자신의 사법 공약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공개적 반대 표명과 관련, "이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의 업무보고가 유예된 것과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의 입장이 다르면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들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며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따로 받겠다는 것이지 싶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전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업무보고를 분리해서 받기로 한 데 이어,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전면 거부하게 된 데는 박 장관의 언론인터뷰가 도화선이 됐다.

 

박 장관이 ▲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 검찰에 예산편성권 부여 ▲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하자, 인수위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앞서 박 장관은 법무부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전날 "아직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검찰을 위해 좋을 길은 아니다"라며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공개 반대했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은 검찰에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며 윤 당선인 취임 후 180석에 육박하는 거야(巨野)가 저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이날 "오히려 (검찰에) 독립적인 권한을 주는 게 더 (검찰의) 중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장관 수사지휘권은 별로 필요 없다. 자율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수도 있는 문제로, 아주 보안 사항이 아니면 웬만한 건 법무부 장관이 알아야 할 사안들이라 법무부에다 (검찰이) 리포트(보고)를 한다"고 공약 관철 의지를 재확인했다.

 

인수위와 법무부의 충돌 사태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현 정권과 갈등 끝에 옷을 벗고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 '역사'와 무관치 않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문제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권과 극한 대치를 했다.

 

윤 당선인이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내놓은 사법 분야 공약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정권의 '압력'을 겪었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수위가 윤 당선인의 사법 분야 공약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를 차단하고,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수위는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직접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 표명"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조치를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윤 당선인 측과의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문 대통령의 한 달여 남은 임기 내 주요 입법 과제로 '검수완박'으로 요약되는 '검찰개혁'을 꼽고 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회의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권한의 분산과 제도적 견제를 위한 수사권·기소권의 엄격한 분리"라며 "제왕적 대통령 시대가 수명을 다한 것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던 검찰의 시대도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려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전면 배치되는 발언이다.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도 "검찰개혁 강력 추진"(박광온),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언론개혁 완수"(박홍근) 등을 공언하는 등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어 곧 공수교대 할 새 정부와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권이양기 신구권력이 매번 불화하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민생위기에 대응해야 할 국가적 난제가 쌓인 상황에 대해 국민들께서 걱정해주시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걱정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박 장관의 말씀(인터뷰) 그때부터 인수위 내부에서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를) 논의했다"며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이렇게(유예) 하는 게 낫겠다는 최종결론을 내리고 오늘 오전 언론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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