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누가 마녀인가?

2022.04.11 06:00:00 13면

 

2016년,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맞고 잠든 여성 환자 3명을 유사 강간한 의사 양 모 씨가 있었다. 의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저항이 불가능한 환자를 능욕한 파렴치범이었다. 3년 6월의 징역형, 하지만 그의 의사면허는 자격정지 1개월 후 건재했다. 마왕 신해철을 의료과실로 숨지게 한 의사는 수차례의 동종 사망사고 때문에 두 번이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의사면허를 박탈당하지 않고 의료행위를 계속하다 또 다른 사망사고 때문에 지금도 재판 중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의사면허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불사의 자격증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채 세계 제일의 막강 파워를 누린다면, 대한민국 의사는 가장 생명력이 질긴 절대 면허를 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의사면허가 학창 시절 표창장 하나에 날아갔다. 

 

부산대의전원 입학을 취소당하고 곧 의사면허까지 빼앗길게 뻔한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양 이야기다. 의사면허가 봄날 목련꽃잎처럼 이렇게 쉬이 떨어지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부산대에 이어 때를 놓칠까 고려대도 나섰다. 한 젊은이의 삶이 통째로 말소당했다. 잔인하고 추악하다. 싸움을 하더라도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건달들의 불문율이라더니 양아치의 세계에선 그것마저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세시대 마녀로 의심받은 사람들이 누명을 벗는 유일한 길은 활활 타는 장작더미 속에서 죽어야만 가능했다. 진짜 마녀라면 불에 타도 죽지 않을 것이라며 불을 지른 종교재판의 이단 심문관들이 증명한 것은 마녀는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단 한 사람도 불길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므로 말이다. 우리는 이런 마녀사냥을 두고 지독한 중세의 집단 광증이라 부르지 아무도 진실규명이라고 우기지 않는다. 결국 마녀재판도 당시 종교권력을 지키기 위한 사악한 목적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혼자 살고 돈 많은 여자들이 흔히 마녀로 몰아세워졌다. 선동 효과가 크고 여자의 재산을 교회가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국을 사냥하고 온 가족을 도륙했던 검찰과 사법부, 언론들이 행한 현대판 마녀사냥은 앞으로도 "공정과 상식"으로 포장되어 또 다른 마녀를 찾아다닐 것이다. 검찰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도 제물과 전리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악스러운 것은 아직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부산대와 고려대의 처신은 재빠르기 이를 데 없는 반면, 김건희 씨의 논문표절의혹에 국민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채널A사건과 관련해 한동훈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은 유시민에겐 징역 1년 구형을 때렸다. 저들은 권력을 이렇게 부린다. 김건희 씨는 진작에 “권력을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하더니만 취임도 하기 전에 10년 된 듯한 권력을 보고 있다.

 

철 지난 종교재판 같은 이 전근대적인 혐오와 폭력의 광란이 공동체를 질식시킨다. 물어보자! 과연 마녀는 누구였던가? 장작더미 속에서 타 죽어간 여성들이었는가? 불을 붙이고 희희낙락했던 사제들이었는가? 아니면 이웃이 화형 당하는 것을 둘러서서 지켜봤을 침묵의 군중들인가? 


누가 마녀인가? 스펙 쌓기 게임과 같은 입시제도하에서 표창장 하나로 전 생애를 부정당한 조민 양인가? 지금도 창살 속에서 화형 중인 정경심 교수인가? 손발 묶인 채 가족을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은 조국 전 장관인가? 아니면 이들을 내쫓고 가둔 법비들과 언론인가? "조국도 잘못했지"라며 엄중히 팔짱을 껴고 지켜본 시민들인가?


누가 대한민국의 마녀인가? 
누가 이 시대의 악마인가?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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