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서민 행보’ 아닌 ‘찐서민 인생’

2022.05.03 06:00:00 3면

 

선거기간 동안 모든 후보는 서민이 된다. 전통시장에 가서 서민들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씻지도 않은 무를 씹어 먹어서 논란이 된 후보도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역시 전통시장을 방문해서 인사를 나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김 후보의 민생행보는 다른 후보와 결이 달라 보인다.

 

지난달 22일 의정부 제일시장을 찾은 김 후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대화를 나누며 현실적인 고충을 귀담아들었다.

 

시장 골목골목을 둘러본 김 후보는 연세가 지긋한 상인회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식사를 하던 상인회장은 대뜸 김 후보에게 말을 건넸다.

 

“부총리님은 잔치국수 같은 거 처음 먹어 보시는 거 아닙니까?”

 

“어릴 때부터 집이 가난해서 밥을 못 먹고 수제비나 칼국수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국수나 칼국수를 무척 좋아합니다.”

 

김 후보가 덤덤히 말하자 상인회장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라 고생 한번 안 해본 줄 알았다며 깜짝 놀랐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야기부터 소년 가장으로 판잣집에 살던 김 후보의 인생사가 이어지자 상인회장도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이야기를 꺼냈고, 두 사람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 후보가 지난달 25일 용인 중앙시장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좌판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를 본 김 후보가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할머니는 사양했다. 자신의 손이 거칠어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김 후보는 할머니의 손을 붙잡았고,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저희 어머님도 혼자되신 뒤 여섯 가족 뒷바라지를 하느라 산에서 나물을 캐다 시장에서 파시고, 채석장에 가서 일을 하셨어요. 할머니 손을 잡으니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손이 떠오릅니다.”

 

김 후보는 서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라고 늘 말한다. 그는 서울 청계천 판잣집에서 또 광주군 단대리(성남 단대동) 천막촌에서 살았다고 한다.

 

어려운 이웃을 만날 때마다 김 후보는 자신을 마주하는 것처럼 대한다. 힘들고 고단했던 시절을 겪었던 그에게는 이들을 만나는 것이 어쩌면 ‘친서민 행보’가 아닌 ‘찐서민 인생’을 되뇌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의 전관예우 논란이 일면서 김 후보의 과거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수십억 원의 전관예우 제안을 피하기 위해 숨어 지내며 전국을 떠돌았다. 대형 로펌, 대기업의 파격적인 영입을 거부하고 비영리재단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 청년들의 꿈을 후원하기도 했다. 

 

서민의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익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셈이다. 취재 현장에서 지켜본 김동연에게 ‘찐서민 인생’이라는 삶이 엿보이는 이유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김혜진 기자 trust@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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