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특급 법사

2022.05.27 06:00:00 13면

 

미즈노 남보쿠(1757~1834)는 200년 전 일본의 관상가다. 열살에 조실부모(早失父母)했다. 그 때부터 술을 마시고 싸움질을 밥먹듯 했다.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도박에도 손을 댔다. 마침내 열여덟 살에 감옥에 들어간다. 그는 "짐승 보다 못한 삶이었고, 스물 전에 죽을 운명"이었다고 고백했다.

 

감옥에서 소년의 인생에 대반전이 일어난다. 죄수들의 관상과 행태를 유심히 보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도 교도소를 '인생대학'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곳은 '역설의 대학'이다. 그 관찰력은 훗날 그의 성공에 큰 자산이 된다.

 

출옥하자마자, 이름 높은 관상가들을 찾아다녔다. 한 사람이 "1년 안에 칼 맞아 죽을 팔자"라고 단언하며 스님이 되길 권한다. 절에 가서 사정을 고백하고 받아주길 청했으나, 스님은 "1년 동안 콩과 보리만 먹고 다시 오라"고 말하며 내려보낸다. 그는 약속을 지키고 절에 가던 길에 검난(劍難)을 예언했던 관상가를 찾아갔다. "무슨 큰 공덕을 행하여 관상이 완전히 달라졌는가?"물었다. 그 후 청년은 스님이 되는 걸 포기하고 관상가가 되기로 작정했다.

 

그는 이발소에서 3년은 두상과 면상을, 목욕탕 때밀이 3년간 전신체형을, 화장장에서 3년 뼈와 골격을 실증적으로 학습했다. 이에 더하여, 단식과 폭포수행 등 극한의 고행을 한다. 그 결과 "인간의 운명은 '밥'(食)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식주의자' 등 그의 여러 저서들은 경전의 엄숙함과 묵직한 감동, 쉽고 강력한 설득력으로 가득하다.

 

 

그 어록들 일부다.


ㆍ배 속을 8할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없다.
ㆍ평생 먹을 음식을 100년에 나누어 먹으면 100년을 산다.
ㆍ음식을 다스리면 운기(運氣)가 따라온다.
ㆍ배부르게 먹는 것은 목숨의 과녁에 활을 쏘는 것이다.
ㆍ매일 아침 여섯 시에 떠오르는 해를 경배하면 100년을 산다.
ㆍ소식하면 품격이 생긴다.
ㆍ식탐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ㆍ천한 용모는 천한 마음에서 생긴다.
ㆍ소금을 함부로 대하면 일찍 죽는다.
ㆍ정신을 늘 단전에 두면 천수를 누린다.
ㆍ크게 깨달은 사람은 문자를 논하지 않는다.
ㆍ죽 한 사발로 죽을 병도 고친다.
ㆍ먹고 남는 밥이 아니라, 먹기 전에 나누라.
ㆍ좀 야위고 기백이 넘치는 용모가 좋은 관상이다.
ㆍ진정한 관상가는 과거를 맞추거나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생명의 근원은 해와 달, 부모다. 인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은 태아시절부터 죽는 날까지 밥이다. 천하에 가장 귀한 것은 돈과 권력, 명예가 아니다. 음식이다. 소식과 절제는 실은 목숨을 내주는 일로써, 최고의 음덕이다. 성공의 출발점이다. 관상가가 이 원리를 깨닫지 못하고 떠드는 말들은 도적들의 사익 추구다. 그의 지론이었다. 미즈노 남보쿠 선생은 제자가 3000명이었고, 황실은 그에게 '대일본 사상가'의 칭호를 내렸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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