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테스 형(兄)의 유언

2022.06.07 06:00:00 13면

 

내 이름은 소크라테스이다. 2500년 뒤의 사람들은 친숙하게 테스 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할 것이다. 오늘 나는 아테네 법정이 내린 독배형을 받으러 간다. 죄명은 아테네가 성립해 놓은 신(神)을 믿지 않고, 젊은 청년들을 유혹해 타락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눈물로 탈출을 권했지만 나는 기꺼이 독배를 들기로 했다. 내가 독배를 들고자 한 이유는 결코 악법도 법이라 지켜야 한다는 천박한 주장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죽음으로써 무지한 아테네 시민들에게 경고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자 함이다.

 

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참여해 아테네를 지키는 데 나름의 일조를 한 건강한 아테네 시민이었다. 군인을 은퇴하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 평생을 바쳐 수호한 고향 아테네에 돌아왔건만 놀랍게도 아테네는 너무도 변화되어 있었다. 참 진리와 지혜(episteme)를 나누는 전당인 공공장소는 모두 저마다의 속견인 독사(doxa)만을 소리높여 주장하는 무지한 시민들과 그들의 뒤에서 교묘한 논리로 포장한 허위의식을 마치 진리인 양 떠버리는 소피스트들의 궤변만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테네가 자랑하던 진정한 진리를 탐구하기를 즐기던 현명한 군중(賢衆)들은 사라지고 군중심리에 매몰되어 버린 우둔한 군중(愚衆)들만 남아 있는 것이었다.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시민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의 사랑하는 시민들이여, 여러분들은 가장 위대하고 지혜와 위력으로 명성을 자랑하면서, 될수록 돈이나 많이 모을 생각을 하고 또 이름이나 명예에만 관심이 쏠려서 지혜와 진리와 자기의 인격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마음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저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 있고 어떤 폭군이 나와서 약자를 괴롭히고 짓밟아도 눈 감고 귀 막고 그저 나만 피해 안 보고 상관없으면 된다는 식의 정의관이라면 누가 당신들을 따르겠느냐고 외쳤다. 애석하게도 누구도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한 독배형은 한심한 우중들에 보내는 나의 마지막 충언이다.

 

나는 옆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제자 플라톤에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르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달래 주었다. 바르게 사는 현명한 사람과 그저 살기만 하는 사람은 반드시 구분될 것이다. 권력자에 빌붙어 아부하고 충성 경쟁하면서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과 잘못된 정책임에도 찬양 일변도의 여론(언론)과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군중들 모두 역사에 그저 살았던 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는 위대한 철인으로 기억되겠지만 정의를 죽인 그들은 누구의 이름도 남기지 못할 것이나 앞으로의 역사에는 우중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어리석은 군중이 슬기로운 군중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중간에 지치거나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서 큰 바다를 이루게 되느니라.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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