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보다 무서운 인플레"…농민들도 원자잿값 폭등에 시름

2022.06.05 13:07:22

 

"가뭄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무섭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까지 겹치며 국제 공급망이 타격을 받자 농민들도 인플레이션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35년째 쌀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부 김세철(63)씨는 지난 2일 자신의 논에 모를 옮겨심기 위해 이앙기를 몰다가 기자를 만나자 최근 잇단 농업용 원자재 가격 상승에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김 씨는 "봄 가뭄 탓에 지난해보다 모내기가 2∼3일 늦어졌다"고 운을 뗀 뒤 정작 그의 걱정거리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당장 이앙기 같은 농기계에 넣어야 하는 경유 가격부터 그야말로 폭등세다.

 

농민들에게 제공되는 면세유만 해도 최근 가격은 1ℓ당 1천500원대로 1년 전 700원대의 거의 2배 수준이다.

 

김 씨는 "보통 하루에 이앙기는 약 20L를 사용하고 트랙터는 80L 이상이 필요하다"며 "모내기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원래부터 오름세였던 비룟값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한층 더 가파르게 치솟아 작년의 2배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룟값 상승분의 80%를 지원하기로 한 상황이다.

 

김 씨는 "비룟값도 문제지만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다"며 "농번기 일손 부족이 인건비를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김 씨의 일을 돕던 이 지역 한 농민은 "농사짓는 비용이 폭등하면서 이제 소농(경지면적이 0.5㏊ 미만인 농가)들은 농사 대신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게 더 낫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 농민은 이처럼 푸념하면서도 모내기 작업은 계속해 나갔다.

 

김 씨는 모내기를 마친 뒤 "올해 농사를 짓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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