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영찬 ㈔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2022.06.10 06:00:00 7면

“이한열 피격 사건, 6월 항쟁의 기폭제”
6·10 민주항쟁 35주년 기념자료 순회전 진행
경기아트센터서 '6·10 민주항쟁' 기념식 열려

 

“최루탄에 맞아 뇌사에 빠져있던 한열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9일 6·10대회(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 출정을 위한 범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전투경찰의 최루탄에 피격당했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돼 그해 6월29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초석이 됐다. 그는 7월5일 사망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전영찬 ㈔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최근 경기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전쟁같이 치열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회한에 잠겼다.

 

전 이사장은 “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이한열이 최루탄 맞아 목숨을 잃었던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그 사건이 치과의사로 살아가는 지금에도 민주화운동 계승사업을 이어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고백했다.

 

수원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여 만든 ㈔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는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정회원 약 200명에 준회원 및 자문인원 등을 포함하면 약 4~500명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계승사업회는 그동안 6·10 민주항쟁 기념식 진행뿐만 아니라 5·18과 4·3등 다른 민주화운동 기념식도 함께 진행했다.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에서는 수원지역을 담당하는 등 지역 내 민주시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1957년에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치과의사를 꿈꾸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2·12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권력을 잡은 전두환의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하고 민주 진영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당시 그는 친구들은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2년동안 옥고를 치뤘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도 제적됐다. 전 이사장은 “서울서 공부하던 아들이 갑자기 구속됐단 소식에 부모님이 매우 놀라셨는데, 시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이해하셨는지 구치소에 있던 나에게 뜻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부의 서슬 퍼런 독재에 시민들은 분노하면서도 숨죽일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발표에 대학생들이 먼저 시위를 전개했다. 그러다가 연세대학교에서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

 

전 이사장은 “1985년에 복학하고 나서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형성한 복학생협의회에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열이가 최루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던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1987년 6월 9일, ‘6·10 대회 출정을 위한 범연세인 총궐기 대회’에서 경영학과 이한열이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졌다. 뇌사에 빠진 그를 지키기 위해 전 이사장과 대학생들은 밤낮으로 병원을 지켰다.

 

두 사건이후 시위는 전국으로 퍼졌다.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주부 등 시민들이 경찰의 봉쇄를 뚫고 ‘호헌철폐!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국민의 외침과 희생으로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 선언이 발표될 때 국민들은 열광했다.

 

전 이사장은 “누구나 제 손으로 대통령 뽑는 민주화 쟁취에 감격했다”며 “이후 시민들이 부정선거 막으려 스스로 공정선거 감시단을 꾸려 밤낮없이 투표소 앞을 지켰다”고 증언했다.

 

전 이사장은 최근 ‘수원 민주주의 시민 아카데미’를 개최해 학자·활동가를 초빙해 시대적 과제·담론을 토론하는 장을 열었다. ‘민주시민운동 기록 사업’을 통해 수원의 6월 민주항쟁 및 노동·야학·청년운동 역사를 도서로 출판해 시민들이 지역과 민주화운동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 6·10 민주항쟁 35주년 기념자료 순회전을 진행하고 있다. 순회전은 수원특례시청 로비(7~13일)와 수원창룡도서관 로비(13~20일)에서 각각 1주일 동안 진행된다.

 

전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회원들과 함께 계승사업회의 방향을 논하고 함께 행동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이번 기념전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의 오프라인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운동 역사를 돌아보면 독재와 반민주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모여 조금씩 세상을 바꿔냈다”며 “향후 직접 민주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에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6·10 민주항쟁 3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야외극장에서'6·10 민주항쟁 경기도 기념식'을 개최한다. 기념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김진표 국회의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준 수원시장 당선인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정창규 기자 kgcom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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