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교차투표’가 온다

2022.06.08 06:00:00 13면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는 사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요. 반대할 권리,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야말로 선진적인 민주주의의 이상이라는 개념은 백번 옳은 관점이에요. 인위적으로 그리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찬반이 51대 49로 만들어지고, 어떤 경우에도 51이 49를 무시하지 않는 정치구조를 지향할 때 성숙한 민주주의는 달성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민심의 추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걸핏하면 싹쓸이 투표 현상이 나타나곤 해온 근래의 우리 선거사는 선진적인 민주주의를 구가해왔다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이른바 일방적인 승리를 불러오는 ‘몰표’ 현상이 잦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나라에서나 나타나는 난맥상이거든요. ‘절대다수’라는 조건은 흔히 ‘일당 독주’의 유혹으로 이어지지요. 여차하면 ‘독재정치’의 빌미로 작동할 위험성마저 높아지는 거예요.

 

6·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전국적으로 지역성 몰표 현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보수정당이 호남에서 15% 이상을 획득했다는 자위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지역 쏠림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등의 선거결과는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 될 중요한 변화로 읽혀요. 어쩌면 이런 작은 변화가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줄지도 모른다는 희망마저 느껴지게 하는군요.

 

서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60만 8277표(59.0%)를 득표하며 173만 3183표(39.23%)에 그친 송영길 후보를 큰 격차로 눌렀어요. 구청장 선거에서는 서울 25개 구청 중 국민의힘이 17곳, 민주당 8곳을 차지했네요.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들의 총득표수가 233만 4137표로 오 후보의 득표수보다 27만여 표가 적었다는 부분이 눈에 띄는 부분이에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구 구청장을 민주당이 가져갔었지요.

 

경기도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어요.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막판 역전 드라마를 썼고, 경기도의원 선거에서도 전체 156석 중 민주당이 78석(지역구 71석, 비례 7석), 국민의힘이 78석(지역구 70석, 비례 8석)으로 동수를 이뤄 막상막하의 표심이 그대로 드러났네요. 서울에서 ‘교차투표’가 이뤄지고, 경기도에서 ‘견제와 균형’을 지키려는 민심이 투표에 정확하게 반영된 것은 참으로 귀하게 여겨야 할 변화예요.

 

남은 것은 다수가 소수를 배려하는 차원 높은 정치문화를 만드는 일이에요. 지역적으로 일어나는 ‘묻지 마’ 식 미개한 투표문화를 종식하고, 정책을 놓고 건강하게 겨루는 선거풍토를 정말로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에요. 그 누구도, 어떤 것도 탓할 이유가 없어요. 유권자들이 먼저 바뀌어야 해요. 국민이 변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절대로 안 변한다는 것을 이젠 알았으니까요.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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