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앤데믹에 문 닫는 배달전문점…"호황 끝났다" 한숨

2022.06.19 11:03:24

거리두기 풀리며 수요 적어져…"우후죽순 생겨 피할 수 없는 현상" 분석도

 

서울 노원구에서 배달 전문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1년 반 가까이 어렵게 유지해온 가게를 업종 변경하기로 했다.

 

당초 테이블 6∼7개가 있는 일반 고깃집을 하던 이씨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홀 손님이 급격히 떨어지자 배달만 하는 가게로 바꿨다.

 

이씨는 "작년 말과 비교하면 근래 3개월간 주문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예전 가게를 빼면서 수천만 원 손해까지 감수했지만, 손님이 너무 떨어져 다시 일반 식당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없어지고 식자재비 등 물가 역시 고공행진 하면서 배달전문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집콕'에 따른 혜택을 받았던 배달업계는 급변한 시장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재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배달전문점을 개업한 업주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영업을 포기하고 점포를 매물로 내놓기까지 하고 있다.

 

용산구에서 찜닭, 김치찜 등 한식 배달전문점을 하는 청년 사장 박모(35)씨 또한 요즘 가게를 접으려고 고민 중이다.

 

박씨는 "원래 작은 바(bar)를 하다가 배달업종이 유망하단 말을 듣고 몇 달 동안 공부해 배달 한식집을 냈다"며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주문 건수가 바닥을 쳐 임대료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배달전문점을 양도하겠다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권리금을 깎아주겠다는 글도 있다.

 

배달전문점의 하락세는 코로나19 거리두기를 사실상 없애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엔데믹을 맞은 시민들은 일제히 바깥으로 나가 이전과 비슷한 일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스웍스 분석 결과 지난달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의 사용자 수는 3월 대비 많게는 25%까지 감소했지만, 외식 관련 앱인 '테이블링' 등은 사용자가 60%까지 늘었다.

 

최근 들어 식용유, 돼지고기, 채소, 국수, 밀가루 등 밥상 물가가 치솟은 것도 배달전문점의 위기를 가속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식집 사장 박모씨는 "재료 가격이 오르면 모든 외식업계가 타격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뜩이나 영세한 배달 식당은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배달 음식 가격이 오르면 '차라리 나가서 먹겠다'는 사람도 많아 음식값을 쉽게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달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만큼 배달 업종의 위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간 배달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 시장 자체가 포화했기 때문에, 일부 가게의 폐업은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홀 운영과 배달을 모두 하는 치킨집 사장 박명훈(41)씨는 "어떤 업종이 뜨면 비슷한 가게가 우르르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 시들해지면 연달아 문 닫는 현상은 계속 있었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지 얼마 안 된 만큼 업계가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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