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신냉전 시대에도 진리는 국익이다

2022.07.08 06:00:00 13면

 

 

스페인에서 있었던 나토(NATO) 정상회의에 대해서 타임지는 지난 10년간의 국제회의 중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북대서양의 유럽국가들 군사 동맹체인 나토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것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거나, 쏟아지는 뒷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나토가 군사방어의 영역을 태평양으로까지 확대하고 그 방어의 대상도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명백하게 한 회의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새로운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을 재현한 신냉전 시대(new-cold war)의 개막을 알린 회의였다는 것이다.

 

1945년 2차대전이 종결되면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올 것을 예상했지만 뜻밖의 이념대립이라는 냉전이 시작되었다. 냉전의 주역인 미국과 소련은 직접 전쟁하지는 않았지만 두 국가의 대리전쟁은 지구상 곳곳에서 치러졌다. 하나같이 자신들의 체제 우월을 주장하는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들이었다. 우리의 6.25 참변이 대표적인 전쟁이었다. 그러나 1989년 독일 베를린장벽이 기적처럼 무너지면서 냉전은 종식되었고 강대국 소련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미국 유일의 슈퍼 파워로서 절대적 패권이 인정되는 국제질서가 지속되는 듯했지만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이 정치, 경제, 군사면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21세기 들어 다급해진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주변국가들에게 중국 견제에 함께 나설 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강압적으로 분담금을 요구하였고 바이든 정부는 국가 간의 연대와 연합을 통한 중국 견제의 분담을 나누자고 했다. 그러한 미국의 구상이 완성되는 회의가 이번의 나토회의였다. 외형적으로 나토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성토하였지만, 슬그머니 중국을 끼워 넣어 한통속으로 몰아붙였다. 즉 중국과는 가치를 공유할 수 없는 잠재적 위협 국가라는 것이다. 새로운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을 쌓자는 의도였다.

 

나토회의는 폴란드에 영구적 미군기지설치와 발트해와 흑해 연안에 군사력과 현재 4만 명인 나토군을 30만 명으로 증강한다고 결정했다. 러시아를 견제한 합의안들이지만 우리에게 문제는 아시아의 중국이다. 미국의 의도는 일본의 재무장화와 무력강화를 통한 대 중국 견제다. 기다렸다는 듯 일본은 향후 GDP의 1%에서 2%로 증액하여 미국과 중국의 뒤를 이은 세계 3위의 군사강국을 목표한다고 발표했다. 이웃에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이 또 하나 등장하는데 우리는 일본과 손잡지 못해서 안달난 모양새이다. 중국에 무역의 30% 가까이를 의존하는 나라임에도 이제 중국에 수출해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큰소리치는 관리를 옆에 두고 있는 대통령. 어떤 것이 실리이고 어떤 것이 불리인지를 모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들리는 말로는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구상대로 러시아 견제에 동의하면서도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수입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 냉전이든 신냉전이든 국제사회의 변함없는 진리는 오직 국익이기 때문이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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