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2010년부터 12년간 지속된 진보교육감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진보*보수교육감 경쟁시대가 열렸다. 진보교육감 9인과 보수교육감 8인이 팽팽하게 경쟁하는 보혁 대결시대에서 어느 진영이 시대의 과제를 풀어주며 국민의 마음을 얻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민주당 5, 국힘 12로 보수가 휩쓴 시도지사 선거결과에 비하면 시도교육감 선거결과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서울과 인천, 경남과 울산, 충남과 세종 등 6개 지역에선 국힘당 시도지사가 당선되었음에도 현직 진보교육감이 재선이나 3선에 성공했다. 아직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진보교육감에서 보수교육감으로 교체된 지역은 경기, 부산, 충북, 강원, 제주 등 다섯 곳이다. 무엇보다 진보후보와 보수후보가 1대1로 붙은 경기도와 부산에서 진보후보가 진 것이 뼈아픈 패배다. 5개 교체지역 중 부산과 충북, 강원은 시도지사가 국힘당으로 넘어가며 교육감도 보수성향으로 바뀐 경우다. 반면 경기와 제주는 민주당후보가 도지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성향 교육감이 나온 경우다. 결과적으로 17개 시도지역 중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의 정치성향이 다른 곳이 서울, 인천, 울산, 세종, 경기, 경남, 충남, 제주 등 8개 지역이나 등장했다.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이 교육정책을 놓고 수시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예약받은 셈이다.
분명한 건 이제 진보교육감과 보수교육감이 교육철학과 교육정책, 교육성과를 놓고 본격적으로 각축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대도시에서는 서울, 인천, 광주, 울산, 세종의 진보교육감이 부산, 대전, 대구의 보수교육감과 경쟁하고, 도 단위에서는 경남, 전남, 전북, 충남의 진보교육감이 경기, 경북, 충북, 강원, 제주의 보수교육감과 겨루게 될 것이다.
경쟁의 구조와 지형은 진보교육감에게 유리하다. 첫째, UNESCO가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세상이 격변기를 맞고 있어서다. 기후위기, 전염병위기, 양극화위기, 민주주의위기에 효과적으로 맞설 연대와 협력의 교육시스템으로 일대 전환이 요구되는바, 이런 시대조건에서는 변화와 혁신에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진보교육감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보수교육감들은 이번에도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민주시민교육을 비난하는 것 외에 특별한 교육정책을 선보인 게 없다. 교육계 바깥의 시대변화에 둔감하고 계급적 민감성이 약한데다 학력중심 교육관과 시험성적 능력주의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은 재선과 3선이 6명이나 된다. 이분들은 그동안 노래하던 모든 것을 성과로 말해야 한다. 인성과 시민성, 지적호기심과 자기주도성, 창의성과 협업성, 그린감수성과 디지털역량, 부모찬스 완화와 공교육찬스 강화, 이런 모든 교육목표에 대해 연차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반드시 측정 가능한 진보를 이뤄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목표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가시적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요컨대, 재선과 3선에 성공한 진보교육감들이 앞장서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대반동과 싸우며 교육대전환을 가시화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