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두 정당의 몰락

2022.07.26 06:00:00 13면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인권 말살 수사 속에 진행된 지난 21대 총선이었다. 압승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혁은커녕 이를 수행했어야 할 민주당은 2년 후 치러진 올해 대선에서 정권을 야당에 넘겨주었고, 참담한 지선 성적표마저 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2년의 몰락을 성찰하기보다는 곧 있을 전당대회의 당권 싸움으로 여전히 소란스럽다. 한편, 대표적 진보 정당으로 여겨졌던 정의당은 궤멸이라 부를 정도의 초라한 성적과 함께 정당 존립 위기마저 거론될 정도로 그 존재감은 사라졌다. 하지만 각 당의 선거 패인 분석은 국민 눈에서는 너무도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엉뚱한 원인을 거론한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해서, 정의당이 조국사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이 21대 총선의 높은 지지 이후 신속한 개혁 완수에 이어 국민 눈높이 정책을 실시했고, 대선을 맞이해 보기 좋은 경선을 치렀어도 정권이 교체 되었을까?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개혁 열망에 부응은커녕, 당 강령에 개혁이란 단어가 있는 정당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검찰, 언론, 재벌 개혁 등 그 무엇 하나 제대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21대 총선부터 무너진 정의당이 대표적 정책도 없이 위성정당 출현을 부른 선거법 개정 책임은 물론,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비례 후보 추천과 내부 세력 싸움으로 당의 인적 자원을 제거해 나가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같은 상태로 전락했을까? 두 정당 모두 개혁과 진보라는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당내 정치 욕심과 세력 다툼으로 국민의 기대와 주어진 기회를 날려 보냈다. 각 당의 피상적 패인 분석은 공적 가치를 잊은 당 구성원들의 개인 권력 욕심 탓이라는 진정한 당내 문제점을 가리기 위한 비겁한 구실이며, 이는 두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가장 소중한 가치마저 잃어버렸음을 의미한다. 정당의 진보적 가치의 기반이 인권이 아니라 특정 사안 중심이 될 때, 그 정당은 해당 사안의 이해관계를 다투는 운동 단체로 전락한다. 인권에 기반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특정 사안을 쫓는 정당은 사회를 이끌 정치 활동에 적합하지 않으며, 대중의 지지를 잃게 된다. 다양한 사회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내 진보 정당들의 실패는 여기에 있다.

 

정당 가치로서 인권에 기반하지 않는 노동 문제는 단지 노사 이해 집단 간의 돈 다툼이다.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문제 등도 인권에 기반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사람들의 눈길 끄는 수준의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 제시되기에 일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이는 생태적 성찰과 기반 없이 녹색 이슈를 들이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 여러 부문의 개혁을 말하는 이들도 해당 개혁 사안의 바탕인 인권을 잊어서는 단지 시류에 영합한 논란거리를 제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대를 떠나 변하지 않는 인권 가치를 잃고서 그저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당을 꾸려가다 보니 어느덧 시대에 뒤떨어진 정당으로 지지를 잃고 존재감이 사라진다. 시민들의 개혁 의지를 담지 못하는 두 정당의 위기와 몰락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정치 주체화라는 또 다른 시도와 가능성을 낳는다. 우리에겐 인권과 생태적 자각에 근간한 적·녹·보라의 제대로 된 진보 정당이 필요하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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