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무너져 내린 K-방역. 알아서 생존하라

2022.07.25 06:00:00 13면

 

 

진정되는듯한 코로나가 다시금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1주일 사이에 두 배로 뛴다는 더블링이 이어져 전문가들은 8월에는 3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의 재확산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되어 각국은 모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BA.5)에 이어 더욱 강력하다는 켄타우로스(BA.2.75)까지 거듭되는 변이의 발생으로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서구의 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종결시키는 방안으로 4가지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첫째가 가장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부터 배려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적 관점이고 둘째는 최대 다수가 혜택을 봐야 하므로 먼저 완쾌가 빠른 젊은 층에 집중해서 방역과 치료를 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적 관점. 셋째는 개인의 생명까지도 자유이므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로버트 노직의 자유방임주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마이클 샌델의 공동체주의가 그것이다. 정답은 단연코 4번째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이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고 세계 최다의 확진자국가가 된 것은 전적으로 자유방임주의적 마인드와 정책 덕분이었다. 한국은 지난달 말 블룸버그에서 선정한 코로나19 회복력 전 세계 1위라는 찬사를 받았는데 이는 4번째 방법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비난이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국경을 봉쇄하지 않았고 신속한 선별진료소 운영과 빠른 격리, 치유,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까지 국가의 주도와 자발적인 국민의 참여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민관 합동으로 함께 고통을 극복한 한국의 모범적인 방역시스템에 대해 세계는 K-방역이라며 칭송했다. 비록 자유롭게 해외를 나가서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국제회의에서 한국 대표들에 대한 절대적인 환대가 그것을 증명했다.

 

이런 성과에도 전임 정부의 정책을 정치방역이라 비판하며 자신들은 과학방역을 하겠다던 현 정부는 막상 뚜껑을 여니 과학은 온데간데없고, 각자도생이라는 방역법만을 제시한다. 정권이 자랑하는 도어 스테핑에서 대통령은 과학방역이 기본 철학이지만 희생과 강요가 아닌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방역을 하겠다고 한다. 정권 출범 두 달이 지났음에도 방역정책을 총괄할 장관은 없고 신임 질병청장은 통제중심의 국가주도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도 못하고 또 지향할 목표도 아니란다. 그럼 국가가 왜 있는 것이지?

 

전 정부에서 확보했던 비상용 병실, 선별진료소 등은 대부분 철수했고 자가 진단키트의 가격도 몇 배로 뛰었다. 중소기업에 지급되던 유급 휴가비와 생활지원비는 축소되고 재택치료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인상된 것은 사망 시 위로금 정도이다. 우스갯소리로 ‘과학방역’이 아니라 ‘가학방역’이라고 하니 각자가 알아서 생존하라는 것이다. 전세계에 자랑했던 K-방역은 일순간에 사라지고 우리도 여느 나라와 다를 바 없는 국가가 되고 있다. 하긴 몰락하는 게 방역 정책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립다, 그리고 돌아오라 K-방역.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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