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감당할 수 있을까?

2022.08.08 06:00:00 13면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많은 난제들이 대기 중이다. 만 5세의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라는 졸속 정책은 여론 수렴 뒤에 취소할 수 있다고 다급히 진화하였지만, 고물가와 무역수지 적자, 재산확산 되는 코로나에 대한 과학반응 타령에 대한 실망, 밀어붙인 경찰국 신설의 여진, 용산 대통령실에 이은 한남동 대통령 공관의 공사 건 등등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발등의 불은 국외에서 더욱 심각하다. 악화하는 미·중갈등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그대로 우리의 생존 문제이다.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으로 인한 중국의 반발과 이를 적극 옹호하는 미국 간의 갈등은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 오던 중국은 환구시보를 통해 펠로시가 타고 오는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하고, 실제로 8월 4일부터 7일까지 대만을 포위한 군사훈련을 전개하기까지 했다. 미국 역시 펠로시 의장을 무장한 관용기로 이동케 했으며 대만 체류시에는 인근에 최신예 항공모함을 3대나 출격시켰다.

 

미국과 중국 모두 강경 일변도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나라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론에 크게 밀리고 있는 백악관은 중국을 자극할 필요 없다며 대중 강경파인 펠로시의 대만행을 반대했지만, 결국 표를 의식해 돌아섰다. 집권 민주당보다 더욱 강경한 대중국 노선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지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펠로시의 행보를 맹비난했지만, 정치인에게는 평화보다 표가 중요했다. 중국 역시 가을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기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이라 더는 대만 문제에서 밀릴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다. 이미 나토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대러시아 제재의 블록에 참여한 우리는 이미 진즉부터 중국에게 등 돌리고 있었다. 국무총리는 7월 26일 국회에서 중국 경제가 거의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까지 하는 등 연이은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 놓고 있다. 과연 국제정치가 그렇게 간단할 수 있을까. 최근의 대만 문제를 놓고 심화한 미·중 갈등의 뒤에는 일본의 외교술이 통했다고 한다. 중국을 반도체 블록으로 왕따시키는 칩(Chip)4 동맹의 구상에도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서 정식 군대를 가지고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는 과거의 군국주의 국가에 대한 희망은 암살된 아베만의 꿈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은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우리가 주변 4강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쉽지 않지만 맞는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적으로 만들고 민족문제를 풀 수 있을까? 이를 의식해서인가 방한한 펠로시와의 면담을 거절했다고도 한다. 균형자 역할을 깨달았다면 다행이지만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 갈팡질팡 외교다. 휴가 동안 충분히 푹 쉬고 업무에 복귀한 대통령은 이 난제들을 통제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난국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것이 나만의 걱정이 아니길 바란다.

임형진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