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2022.08.24 06:00:00 13면

 

 

나와 마주한 그녀에게 말한다. “수면시간이. 새벽 두 시에 잠들어서 8-9시에 일어나시는 거지요?. 아침에 일어날 때는 항상 피곤하다고 되어 있고요. 지금 과로로 소진된 상태에 몸의 에너지를 돕는 한약을 지어드릴 텐데요. 수면시간을 변화를 주면 회복이 훨씬 빨라질 거예요. 늦어도 밤 12시 정도 잠이 들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빨라져요." 여러 연구결과를 이어 설명한다. 진료실에서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의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타인에게 습관을 바꿀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본이기도 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한의학에서는 인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에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며 자연의 변화 리듬에 맞추어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하루 변화의 양상을 12가지의 상태로 표현하여 그 각각의 시간에 활성화되는 장기가 달라지며 시간의 변화에 필요한 활동들을 안내한다. 예로 자시(子時)(오후 11시 30분~오전 1시 30분)는 에너지의 회복을 위해 꼭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지혜들을 말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철에는 각각 자연의 변화에 환경의 특징이 있으니 거기에 따라 생활의 리듬도 변화한다. 봄과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고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고 한다.

 

현대의 여러 연구들은 이러한 일주기 리듬에 따른 몸의 변화를 다른 언어로 설명한다. 음식에 든 지방이나 탄수화물 대사 같은 복잡한 과정은 인체 내의 여러 장기와 근육 등 여러 과정들이 소통과 함께 조화롭게 진행된다. 그런데 수면, 식사 등 일주기 리듬이 불규칙해지면 몸의 여러 기관 사이의 대화가 어긋난다. 대사의 효율이 떨어지고 인슐린의 분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면이 필요한 시간에 일을 하는 교대근무자에 대한 연구들이 흥미롭다. 교대 근무자는 과체중이 되고 제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심장병, 위궤양,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더 높다. 

 

약물이 작용하는 시간도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프란시스 레비는 난소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오후 6시가 아니라 오전 6시에 투여할 때 욕지기와 피곤함 같은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약물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생체리듬에 맞는 방식으로 투여했을 때 종양이 더 줄어들고 생존기간이 더 길어지는 등 약효가 더 증진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위상 이동가설(pahse-shift hypothesis)도 제시된다. 겨울에는 해가 더 늦게 드는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우리의 생체리듬도 늦추어짐으로써 우리가 자고 깨어나는 시간과 더 이상 들어맞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주기 리듬을 고려하는 것은 태양계내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건강하기 위한 조건이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생체리듬을 가지진 않는다. 성별과 개인차가 다소 있다. 그러니 한 번 자신의 몸의 리듬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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