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힌남노보다 더 두려운 것은

2022.09.06 06:00:00 13면

 

“차를 지하주차장에 넣어야 하나? 지상에 세워둬야 할까?” 다가오는 태풍 힌남노를 앞두고 직장 동료들끼리 나누는 대화의 화두였다. 올해 강남지역 홍수 때 지하주차장에 수장된 수많은 승용차들을 보았으니 걱정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상인들 안전할까? 최대풍속이 매미를 능가하는 역대급으로 50m/s를 넘길 것이라 하니 어디서 나무가 쓰러져 내 차를 덮칠지 알 수 없다. 남쪽 지방은 태풍이 몰고 온 구름보다 더 빨리 공포가 뒤덮었다. 

 

해마다 태풍은 온다.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매미, 루사, 베티, 셀마.. 그때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삶의 터전은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태풍만 덮쳤다하면 수십~수백명씩 사망실종이 발생할 때 바로 옆의 일본은 사망자가 불과 몇 명에 그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재난방재시스템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 부러움은 대한민국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불과 몇 년 전 세월호를 겪었던 나라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시설물도 보강하면서 재난시 인명손실이나 피해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태풍뿐만 아니라 코로나사태를 보더라도 국내외적으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보다 더 빨리 대처하고 국민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우리도 이렇게 개발도상국의 터널을 빠져나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움직인다. 매뉴얼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운용하는 마음가짐이 바뀌면 시스템은 돌아가지 않는다. 대통령은 아파트가 잠기는걸 보면서도 칼퇴를 하고 대통령실의 수석비서관은 “비가 온다고 퇴근을 안합니까? 저녁 약속도 있는데”라고 역정을 냈다. 그런 마음이면 대통령을 가장 공고히 지지했던 강남조차 물에 잠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세월호 이후 애써 구축했던 재난방재시스템도 그렇게 물에 가라앉았다. 재난 콘트롤타워로서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청와대를 부득불 버리고 용산으로 탈출한 순간부터 재난은 예고되어 있었다. 국민이 죽어간 반지하를 내려다보며 대통령이 남의 이야기하듯이 “이제 문제야”라고 이야기할 때, 대한민국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아이들을 구출하는게 그렇게 어렵습니까?”를 되뇌일 때로 돌아가 버렸다. 선진국은 우리들의 집단착각이었다.

 

힌남노가 온다. 설상가상이라고 안그래도 힘겨운 국민들에게 또 어떤 시련을 안길지 무섭기까지 하다. 정작 두려운 것은 힌남노의 풍속이 몇m/s일지 강수량이 몇mm일지가 아니다. 강남홍수에서 경험했듯이 재난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이다. 시장이 바뀌니 서울이 잠기고 대통령이 바뀌니 나라가 거덜이 나는 꼴이다. 사람들은 태풍 앞에 각자도생해야 하는 작금의 무정부상태가 더 두렵다. 엎드려 호소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다. 윤석열정부여. 제발 맨날 술만 퍼먹지 말고, 일을 하는 척만 하지말고 제대로 해다오. 오죽했으면 영국의 유명언론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사람 잡는 일만 하던 검사가 대통령이 되니 사람 살리는 일을 못한다”는 세간의 평가를 듣고는 있는가? 정적인 이재명 잡는데만 공권력을 올인하고 있으니 무슨 시스템이 있은들 백약이 무효가 아닌가? 마지막 부탁이다. 차라리 일 안하고 퇴근해도 좋은데, 재난상황에 정작 수습해야할 공무원 출근시간부터 늦추는 얼빠진 뻘짓은 제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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