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2022.09.08 06:00:00 13면

 

 

정부의 수많은 공직 중 현재 가장 중요시 되고 힘든 과업을 수행해야할 자리는 아마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하 ‘본부장’)이 아닐까 쉽다. 모든 공직은 다 나름의 중요성을 가지겠지만 북한핵문제 해결이 갖는 의미, 즉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가져올 후과(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등 경제적 효과는 물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세계평화에의 기여 등)를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2차 북핵위기 이후 6자회담이 활발히 개최되어 2005년 9.19공동성명이 발표되던 때를 되돌아보면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현재의 ‘본부장’)의 빛나는 활동이 기억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이후 현재까지 ‘본부장’이 북한측 카운터 파트를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미국측과 만났다는 기사(가끔은 중국측과 일본측을 만나기는 했지만)만 보여질 뿐이다. 한마디로 존재감을 찾을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제안을 북한이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진정한 속내를 알아보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긴급한 상황인데도 ‘본부장’은 그저 미국측과 협의했다는 기사만 접할 뿐이다. 답답하다. 현 상황관리에 실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하는 심정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미국의 속내야 다 아는 사실이므로 직접 북한측 대표를 만나거나, 아니면 중국측 대표를 만나 북한측과 3자 협의를 할 것을 제의하면서 현재의 정체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인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 애간장만 탄다. 2009년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측에 합리적인 새로운 제안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북한에겐 이 제안을 받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해 쉼 없이 뛰어야 할 자리가 바로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본부장’은 북한과의 접촉경험이 풍부한 인사라야 할 것이고, 북한이 선호하는 인사, 나아가 그들의 속내를 파악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단기간 내 붕괴되리라 예측되었던 북한정권이 10년이 되는 지금 붕괴는커녕 더욱 안정성을 더해가는 그 이유를 분명히 아는 인사, 30년 가까운 북한핵문제 해결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던 그 본질적 이유를 미국이나 우리의 입장만이 아닌 북한의 입장을 함께 고려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인사, 무엇보다 민족의 통합에 대한 열정과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인사라야 할 것이다. 또한 ‘본부장’은 외교부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실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통일 안보 외교 등 모든 분야의 의견을 조정하고 합일된 의견으로 미·북·중 등 카운터파트와 협상하는 데에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고려를 침공한 거란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며 현명한 협상을 벌린 서희장군 같은 외교관, 그리고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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