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미국, 결국 깡패국가로 가는가

2022.09.19 06:00:00 13면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은 자국 이익만 중시하는 것이 아닌 국제질서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바이든은 집권 초기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에 재가입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와 기후변화 위기에 지도력을 발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도 결국은 트럼프와 다름없는 미국 우선주의, 미국 제일주의의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사인함으로써 내년부터 판매되는 차량은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된 부품만을 사용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법규화 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과 12일에는 새로운 ‘바이 아메리칸법’에 서명하였다. 미국 내에 건설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그리고 국내 개발과 생산을 우대하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NBBI)’ 행정명령을 승인한 것이다. 향후 자동차산업과 반도체 그리고 바이오산업까지 모두 미국 내 생산시설과 제품생산을 유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는 내용들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응하겠다는 논리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산업을 경쟁 없이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산만을 사라는 정책이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에 패배한 민주당은 왜 미국인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트럼프에게 열광하는가를 분석했다. 특히 현 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은 당시의 패배를 중국에 생산을 의존하는 방식의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 중산층의 실망에 있다고 판단하고 첨단기술의 강화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미국의 강력한 외교력을 이용하자는 안을 구상하였다. 즉,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타국의 주요산업 생산시설을 모두 미국 내로 옮겨 생산케 하는 정교한 미국 제일주의의 실천이었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생명 바이오산업 등 향후 미래 최고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영역들을 모두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이 바이든 정부의 구상은 트럼프 시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더 철저한 아메리카 퍼스트이다. 다른 국가에서 힘들여 개발해 놓은 산업들을 우격다짐으로 자국 내에 몰아넣겠다는 발상의 오만함은 깡패국가(rogue state)의 모습 그 자체이다. 벌써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1920년 상선법을 제정해 미국 내에서 상품유통의 배를 모두 미국 상선으로 제한하자 오히려 해상이용이 줄었다는 사례를 들면서 경쟁을 통한 기술개발과 혁신만이 일자리와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임을 지적하고 있다.

 

동맹을 배신하고 자신들의 배만 부리겠다는 심보로는 결코 세계의 지도 국가가 될 수 없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혼자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함께 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역설했다. 누가 일갈을 해 주어야 하는데 마침 윤 대통령이 미국을 간다니 제발 대국다운 자세를 보이라고 큰소리 좀 치고 올 수 없을까.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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