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바보야.. 문제는 거짓말이야!

2022.10.07 06:00:00 13면

 

1960년 마산에서 일어난 315의거 때의 이야기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수많은 학생, 시민들이 경찰의 총격에 죽거나 다쳤다. 419혁명 이후 315부정선거와 경찰발포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남규 경남경찰국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1932년부터 일제치하 순사로 경찰에 들어온 뒤 28년만에 경남경찰 수장에 오른 최남규는 당구 쓰리쿠션 원리를 빌어 억울함을 강변했다. “경찰은 하늘에 대고 공포를 쏘았지만 총알이 시위대가 던진 돌멩이와 공중에서 ‘키스’를 하며 굴절되어 군중에게 맞았다”는 희대의 창의적인 주장이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이런 전설적인 거짓변명들은 그간 끊이지않고 맥을 이어왔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스스로 BBK를 설립했노라 얘기하는 영상을 보고 “주어가 없다”며 눙쳤던 나경원 전의원의 억지도 역대급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에서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들린다던 김은혜 대변인도 전설의 반열에 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이 분야에 불멸의 레전드가 된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처럼 이런 억지주장의 공통점은 보고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을 입에 침 하나 바르지 않고 부정하는 뻔뻔스러움이다. 김학의를 보고도 못알아보겠다는 검찰처럼 문제는 그들의 시력이나 청력이 아니라 비범한 뇌구조에 있다. 선거를 위해서라면 북한에 ‘돈 줄테니 총을 쏴달라’는 발상도 가능한 뇌구조임을 알기에 나는 이번 강릉 현무 낙탄(?)사고를 보고 어떤 해명이 나올지 자뭇 불안했다.

 

강릉시민들이 폭음과 화염에 밤새 잠 못 이루며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8시간 동안 군은 해명하지 않았고 방송은 침묵했다. 큰일이 벌어지면 습관적으로 이 정부는 입을 다문다. 대통령의 미국 막말 때도 15시간 동안 해명이 없었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사과하면 될 일을 끙끙 앓다 굳이 ‘날리면’으로 꾸며댄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미사일도 고장 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현무의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그 결함이 초래할 위험과 공포를 숨기고 통제하려는 침묵의 시간이다. 거짓이 거듭되면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다. 애시당초 이 정권은 국정이란 메주를 팥으로 쑤면서 콩이라 윽박지르는 것 같으니 말이다.

 

박정희 시절, 동아방송 ‘0시의 다이얼’에서 개그맨1호로 통하는 전유성 씨가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부부싸움을 뭐라 부를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육박전이죠!"했다. 그는 그 뒤 석 달간 방송출연을 정지당했고 담당PD는 남산으로 끌려갔단다.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고? MBC가 대통령의 막말보도에 앞장서자 건희여사 팬클럽 회장을 하던 강신업 씨는 조작방송으로 '역적질'한다며 “수사든 세무조사든 모든 방법 동원해 MBC를 징치하라”고 선동했다. 세정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은 MBC에 조사1국 정예요원들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미사일도 거꾸로 날아가는 세상이다. 뭐든 ‘뒤로 빠꾸’를 못하겠는가? 


첨단무기가 불을 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실황으로 보면서도 우리는 국군의날 행사에 맨손으로 병머리를 날리고 여군이 대리석을 깨부수는 차력쇼를 보이기에 여념이 없다. 육 여사도 박정희도 사라진지 오래건만 국군은 아직 ‘육박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거짓은 모든 것을 뒤로 가게 만든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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