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깨물고 죽지" "개나 줘버려"…'입'만 거칠어진 정쟁 국감

2022.10.16 10:24:59

'정책국감' 실종되고 정치적 이슈 놓고 공방·대치만 벌이다 후반전 돌입
국감 첫날 외교부 국감부터 정면충돌…'격전장' 법사위는 파행 반복
정치권에서도 "전부 말싸움만…수준 낮아" "예상보다 더 저질" 비판

 

윤석열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종반전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역시 '정책 국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극한의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쟁에만 몰두했고, 어김없이 등장한 감정 섞인 거친 언사들도 국감장을 어지럽혔다.

 

이번 국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둘러싼 '외교 참사' 논란에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로 여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상태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국감 직전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하면서 '신구(新舊) 권력' 대치 전선까지 뚜렷해졌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5개월밖에 안 돼 치러진 국감인 만큼 여야 모두 행정부를 상대로 한 질의보다 서로를 향한 공격에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감 내내 이어진 여야의 전면전 양상은 첫날인 4일 양상으로 미뤄 짐작할 만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감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를 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감사 중단과 재개를 세 차례나 반복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외교 참사'였다며 국감 회의 시작 직후 박진 외교부 장관의 퇴장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억지로 만든 '정치 참사'라며 거세게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굴욕적인 정상외교"(민주당 윤호중 의원), "뭐 하는 거야 건방지게"(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등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최대 '전장'(戰場)으로 지목됐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역시 피감기관이 어딘지에 관계없이 여야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 감사 첫날부터 서로를 비판하는 '정정당당 민생국감' '외교참사 사과하라' 피켓을 노트북 앞에 붙이는 등 기 싸움을 벌였다.

 

6일 법무부 대상 국감에선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에 여야 간 항의와 고성이 오가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며 심야 파행 사태까지 일어났다.

 

11일 열린 감사원 대상 국감에서는 "착하게 좀 사세요"(민주당 김남국 의원), "체면 좀 차리세요"(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 거친 말들이 끊이질 않았다.

 

국감 시작 전부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대립이 치열했던 교육위 국감에서도 대치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지난 7일 교육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김 여사 논문을 검증한 '국민검증단' 김경한 교수를 동명이인으로 착각해 질타한 것을 문제 삼아 "(정 의원은)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해당 교수에게 사과하지 않았나"라고 공격했고, 국민의힘의 항의에 회의는 중단됐다.

 

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윤 대통령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나바다 시장놀이가 무슨 뜻이냐"라고 발언한 것을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야당 의원들의 해당 발언 비판에 "침소봉대"라 주장했고, 급기야 야당 의원을 향해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말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실언과 막말 논란도 빠지지 않았다. 4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중 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여당을 향해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어딜 감히"라고 발언했다.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권 의원은 김제남 한국원자력재단 이사장이 과거 정의당의 당적을 보유했던 사실 등을 거론하며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합니까"라고 말해 회의가 파행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때아닌 '색깔론'까지 등장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12일 국감에 나와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했고, 야당 반발에 결국 김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퇴장당했다.

 

해마다 막말과 고성이 터져 나오고 파행을 반복하는 국감에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조금 특이한 게 전부 말싸움만 한다. 국감 자체가 수준이 낮은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전 의원도 "대선 제3라운드 비슷한데 예상보다 더 저질스럽게 간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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