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의 '생명'] 촛불 집회의 실패와 새로운 가능성

2022.10.20 06:00:00 13면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OWS)’는 시민 시위가 있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2011년 9월 ‘고학력 저임금’ 세대가 시작한 일종의 계층 투쟁이었던 OWS는 그 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6년 10월 시작된 광화문 촛불 집회는 누적 참여 인원 1600만을 넘어서면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었다. 세계 최초로 평화 시위에 의한 정권 ㅛ체의 무혈혁명이다. 군사정권의 맥을 이어온 새누리당은 적폐 정당으로서 와해 되었고, 19대 대선 패배를 통해 민주당 정권이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21대 총선까지 이어져 민주당의 역대급 국회 의석 확보로 나타나, 사회개혁을 위한 행정부 및 의회 권력을 확보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1%는 기득권을 이용해 배를 불리고, 코로나19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되었다. 심지어 촛불 시민은 지난 대선에서 쫓아냈던 적폐정당의 재집권마저 목격하게 된다. 적폐 정당에 기반한 검찰 독재정권의 출범이었다.

 

그동안 힘들게 전국에서 서울로 집결했던 촛불시민들의 열망과 기대는 결과적으로 헛수고가 되었다. OWS 당시, ‘슬라보에 지젝’이 조심하라고 말했던, 맥주나 마시면서 "아! 우리는 젊었지, 그리고 그땐 참 아름다웠지"라는 추억 속에 무기력하게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모여 촛불을 들고 있다. ‘촛불행동’이 주체가 되어 시작한 새로운 시민 집회는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이번 주 토요일 첫 전국 집결시위를 예정하고 있다. 광화문 촛불과 서초동 촛불에 이어 또다른 전국 규모의 3차 촛불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전 세계로 확산된 OWS와 무혈 정권교체를 이룬 광화문 촛불과 검찰개혁의 서초동 촛불 집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록 그동안의 촛불시위가 남긴 정신적, 문화적 영향은 분명하지만,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이들 마음 안에 ‘해도 소용없다’는 일종의 자괴감 내지 패배감으로 작동한다.

 

이제 새로 시작되는 3차 전국 촛불시위가 사회변화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실패로 끝난 기존 촛불시위로부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당시 시민들은 행동으로 의사표시는 했으나, 구체적 현실 변화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맡겼다. 결국 현실이 변하지 않은 것에는, 정치 특권층의 부패나 탐욕의 문제가 아니라, 적폐 세력이 만들어 놓은 기존 체제와 제도라는 구조적 틀을 바꾸지 못했던 것이 크다. 촛불시민들이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정치 주체로 역할하지 못했기에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국민이, 촛불을 든 시민이, 적폐 청산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면 단지 시위나 집회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주체로 굳건히 서야 한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대의민주주의는 바람직하지만, 적폐로 물든 사회에서 대의민주주의는 오히려 장애물이다. 광화문과 서초동 촛불의 맥을 잇는 제3차 촛불 집회가 다양한 열린 제도와 체제를 제시할 수 있는 주체적 시민의 모습을 만들어 냄으로서 진정한 사회 변화 가능성과 실천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다.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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