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교사는 기피 직업이 되어가는 중이다. 일본의 몇몇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해서 새 학기에 임시 담임교사로 교장, 교감이나 부장 교사가 들어가거나, 수업을 자율학습으로 대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파행이라고 불릴법한 일이 일본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쩌다가 교사가 없어졌을까.
2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 경쟁률은 12:1이 넘었다. 끝없이 올라갈 것 같던 경쟁률은 꾸준히 줄어서 2021년에 2.6:1로 5배 가까이 감소했다. 중, 고교 교원 채용 응시자 수도 작년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선 현장에서 교사가 부족한 탓에 뽑는 인원은 늘어났는데 응시율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교사가 비인기 직업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OECD 회원국의 교사 중 일본 교사의 근무 시간이 가장 길고 처우가 열악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워라밸이 붕괴된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가 교사이다. 일본 법정 근무 시간이 주 40시간인데 반해 상당수 교사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많이 만큼 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80시간 이상 야근해도 전체 수당이 10만 원일 정도로 보상이 적다. 적은 수당에 살인적인 근무 환경이 더해지니 버티는 사람이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부족한 교사 수를 보충하려고 학력이 떨어지는 교사를 마구잡이로 채용한 것도 업무량을 늘리는 악순환에 한 축을 담당했다. 교사 중 일부는 어려운 고학년 수업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 교사의 기본 자질인 수업이 삐걱거리는데 부가적인 행정 업무 처리에 미흡함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펑크 난 업무를 나머지 교사들이 나누어 떠맡게 되면서 매일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 교권이 바닥없이 추락한 것도 교사의 인기를 없애는데 한몫했다. 일본의 중,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때려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이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알려진 교권 침해 사례로 따지면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몬스터 페어런츠’라고 불리는 학부모의 존재가 있다.
몬스터 페어런츠는 학부모 중 자녀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서 학교에 자기중심적이고 터무니 없는 요구와 항의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일본에 이지메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소년 범죄가 특히 심각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다. 본인의 청소년기 경험을 기반으로 교육제도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있으며, 요즘 시대 트렌드인 극심한 개인주의자들이기도 하다. 한번 학교에 대해 기분이 상하면 학교 관계자들을 수개월, 심하면 수년에 걸쳐 괴롭힌다. 도쿄 신주쿠 구립 초등학교 여교사가 교단에 선지 불과 2개월 만에 과중한 업무량과 극성스러운 학부모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사건이 있고, 사이타마현의 보육소장 역시 학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학부모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었다.
일본 정부의 교원 수급 관련 정책이 실패한 것도 교사 부족에 영향을 끼쳤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저출생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국립 교원 양성과정 입학 비율을 절반으로 줄였다. 초반에는 합리적인 정책으로 보였으나 일본의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교사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교사 부족 현상이 시작됐고,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일본에서 벌어진 문제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과 비슷한 상황임을 알아챌 수 있다. 일본의 문화는 한국보다 10년에서 20년 정도 앞선다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게 곧 한국의 현실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누군가 한국 교사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일본을 보게 하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