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칸초네 3곡을 꼽으라면 산타 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오 솔레미오가 아닐까 싶다. 가사를 몰라도 격정과 애수 가득한 멜로디가 심장으로 직진한다.
'노래'라는 뜻의 칸초네는 이탈리아의 민요, 대중가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세상의 모든 가요가 그렇듯이 사랑과 이별, 우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하고 있어 가사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번역해 가사를 들려주면 멜로디처럼 이국적이고 시적인 노랫말을 기대했던 이들은 살짝 실망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노래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타 루치아의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처럼 흥미진진하다.
4세기 초, 로마제국 시절, 시칠리아에 살던 처녀 루치아는 출혈이 멈추지 않아 죽어가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성녀 아가다의 무덤을 찾아가 눈물로 기도한다. 기적적으로 어머니가 살아나자 루치아는 남은 삶을 예수님께 바치기로 하고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다. 문제는 루치아에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 약혼자는 파혼보다 곧 제 손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 루치아의 재산이 날아가는 것에 분개한다. 그래서 집정관에게 그녀가 기독교도(당시 불법이었던)라는 것을 고발한다. 로마 법정은 루치아의 눈을 뽑고 매음굴로 보내라 명한다. 그런데 기이하게 루치아의 몸은 여러 장정들이 달려들어도 꿈쩍 하지 않았고 화형을 시키려 해도 불붙지 않아 결국 칼로 최후를 맞는다. 그 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공인(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한 뒤, 루치아는 성녀로 지정된다. 루치아의 시신을 거둔 곳은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성당과 역의 유래다. 루치아가 당한, 눈 뽑힌 고문에서 기인했는지, 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루체( Luce)와 이름이 비슷해서인지, 성녀 루치아는 이탈리아에서 시력 보호의 성인으로 숭앙받아왔다. 12월 13일이 루치아 성녀의 축일인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날, 눈알 모양의 빵을 먹으며 눈병 없기를 기원한다나. 루치아 수녀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여러 화가들의 그림 중, 스페인 화가 주르비란의 그림을 보라. 붉은 조끼를 입은 루치아가 오른쪽 손에 접시를 들고 있다. 그런데 접시 속에 담긴 것은 놀랍게도 눈알 두 개다. 섬뜩하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이야기도 재미있다.
1902년, 호텔 경영자이기도 한 소렌토 시장 트라몬타노는 마을 주민들의 꿈인 '우체국 건립'에 고심하고 있었다. 그즈음, 수상이 재해 현장 방문을 위해 소렌토를 찾았다가 트라몬타노의 호텔에 묵게 된다. 트라몬타노는 기회를 놓칠세라 수상에게 우체국 건립을 부탁한다. 수상은 긍정적인 답변을 준다. 수상의 마음이 변하거나 잊어버릴까 전정긍긍한 트라몬타노는 급히 작사, 작곡자를 섭외해 노래 한 곡을 만들게 한다. 그리고 수상이 호텔을 떠나는 날, 미리 불러온 가수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다. 이 노래가 바로 '돌아오라 소렌토로'다.
번안 가사로 귀에 익은 산타 루치아는 인생 찬가인데 알고 보니 종교 박해로 비참하게 죽은 처녀 루치아의 비극적인 삶을 품은 노래라는 것, 그리고 제목과 분위기 때문에 '당연히' 사랑 혹은 이별 노래로 알았던 '돌아오라 소렌토로'가 우체국 청원가였다는 것, 이 사실을 알고 노래를 듣게 되면 명곡의 환상이 깨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