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함께 학생들의 꿈이 펼쳐지는 운천고 ‘운새미로 미술관’

2022.11.28 06:00:00 6면

낙후된 게시판과 유휴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재조성해
학생·교사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는 운천고 학생 작품전
작품 속 숨겨진 의미까지 쏙쏙 알려주는 아트랑 도슨트
“예술 감각을 키우고 공유해 행복한 학교생활 하길 바라”

 

운천고등학교(운천고)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전시, 교육, 작품 관리 등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 감수성이 자라나는 예술공감터 ‘운새미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운천고 학교미술관 운영위원회(위원회)와 교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예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지 많이 고민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열띤 회의를 한 끝에 예술공감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조성하는 모든 과정은 운천고 학생들의 의사결정을 핵심으로 이뤄졌다. 이름 공모, 공간 구성 등 학생들의 손을 안 거친 것이 없었다.

 

학생들은 공모를 통해 순우리말 온새미로(언제나 변함없이)와 운천고의 운을 합친 ‘운새미로’, 한 폭의 그림 같은 꿈이 머물다 가는 곳의 뜻을 지닌 ‘몽화당(夢畫當)’, ‘art’와 ‘~와 함께한다’는 뜻의 ‘랑’을 합쳐 ‘미술과 함께’라는 ‘아트랑’이란 명칭을 선정했다.

 

이에 운새미로 미술관은 학교 건물 2·3층 구름다리의 낙후된 게시판을 타공판으로 교체·설치한 몽화당과 4층 유휴공간인 넓은 홀을 도색·재조성한 아트랑으로 구성되며, 21명의 위원회 학생들이 직접 관리·운영 중이다.

 

3학년 오현서 학생은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는 날이 많았을 때 미술 진로를 생각하고 있던 내겐 미술 활동을 못 하는 것이 매우 속상했다”며 “운새미로 미술관이 생긴 후 작품 전시, 소개, 활동 기획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내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20년 운천고에 부임한 신관미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예술 문화를 통해 즐거운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도록 독려·지원하고 있다.

 

신 교사는 “운새미로 미술관은 학생들의 정서적 기여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즐거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하게 됐다”며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뤄진 공간이라는 가장 큰 의의를 가진 만큼,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 학생·교사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는 운천고 학생 작품전

 

몽화당은 운천고 학생들의 멋지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2인전, 단체전, 과제전, 공모 작품전 등이 열리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전시는 3학년 학생들이 운새미로 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계획한 ‘꿈 꾸는 집’ 설치 작품전이다.

 

학생들은 버려진 종이와 시험지 박스를 재활용해 집 모형을 만들고, 비정형의 기둥처럼 쌓아 올려 세상 유일무이한 집을 만들었다. 마치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던 애니메이션 속 집과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157명의 학생이 참여한 이 전시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밋밋했던 복도를 예술적으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에 처음 계획했던 기간을 연장해 한 학기 동안 복도를 빛냈다.

 

이 밖에도 신은우, 조은서 학생의 ‘그뭔십구’라는 2인 전시가 학생들의 인기를 얻었다. 두 학생은 청소년의 감성이라는 주제로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 작품을 대련 방식으로 배치해 문학과 회화의 만남을 시도했다.

 

신 교사는 “인문적·미술적 소양을 갖춘 그뭔십구 전시는 배경지와 조명 등을 사용해 색다르게 연출하는 등 기획·제작·전시·성찰의 모든 과정이 교사들까지 감탄하게 만들었다”며 “몽화당의 뜻처럼 이곳에서 학생들의 자유롭고 아름다운 꿈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감탄했다.

 

 

◇ 작품 속 숨겨진 의미까지 쏙쏙 알려주는 아트랑 도슨트

 

운영회는 학생들이 미술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사들과 함께 여러 번의 작품 선정 단계를 거친 후 아트랑에 명화를 전시했다.

 

단순히 작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한 학기에 두 번씩 도슨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회는 큐카드 작성, 발표 리허설 등 철저하게 준비를 한 뒤 작품 관람하는 학생들에게 명화에 대해 재밌는 해설을 들려줬다. 도슨트 활동은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이뤄지는, 운새미로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봉사이자 소통 수단이 됐다.

 

1학년 정서윤 학생은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작품마다 기법, 배경이 다르지만 각각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명화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지루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작가의 의도·정신이 멋져 보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2학년 최지현 학생은 “친구들에게 미술 작품의 일화를 소개하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며 “운새미로 미술관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즐겁고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운새미로 미술관에서는 작품 전시 외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예술 체험이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신 교사는 “다양한 재료 체험, 페인팅 사진관, 포토존 등 학생들이 하고 싶은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며 “운새미로 미술관을 통해 미술에 관심 없는 학생들도 함께 예술에 녹아들 수 있게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주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장기혁 운천고등학교 교장

“예술 감각을 키우고 공유해 행복한 학교생활 하길 바라”

 

지난 9월 운천고에 부임한 장기혁 교장은 운새미로 미술관에 대해서 개방적인 홀 공간에 조성돼 누구나 오며가며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아트랑은 화사한 색깔의 벽으로 꾸며져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트랑을 조성할 때 학교의 상징색인 녹색과 붉은색을 활용해 도색했다”며 “이것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고 학생들의 감수성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 교장은 학생들이 운새미로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 감상 등을 통해 예술성을 기르는 전인적 인재가 되길 소망했다.

 

그는 “학생들의 멋진 작품을 통해 학교 구석구석이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했다”며 “학생들이 땀과 노력이 담긴 결과물을 감상하며 예술 감각을 키우고 공유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운천고 학생들은 즐거운 학교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의 작품과 명화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을 보며 예술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장 교장은 “운새미로 미술관은 단지 한 공간이 아닌 계속 보충되고 만들어져가는 현재 진행 중인 공간”이라며 “교사의 산책로, 게시판 뒤의 미활용 공간, 구름다리 복도의 일부분 모두 예술적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공감터를 추가 조성할 때 학생들의 작품과 의견을 지속적으로 모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정해림 기자 ]

정해림 기자 kgcom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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