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커피를 제대로 내려주는 곳이 홍대 근처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들여온 모래 커피의 맛은 어떨까. 모래 커피의 나라, 튀르키예에서 직접 맛본 것은 텁텁하고 달아서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모래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커피를 주문 받은 주인은 주문대 옆의 테이블에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300-400도로 달궈진 모래 위, 체즈베(Cezve)라는 커피 추출용 주전자를 이리저리 옮기며 데운 끝에 달걀 크기 잔에 커피를 담아내준다. 다 마신 후에는 커피점 치는 것을 도와준다. 튀르키예 미신인데 과정도 내용도 사랑스럽다. 커피 마신 잔을 엎어서 돌린 후, 잔 속에 남은 무늬를 보고 예언을 한다. 예를 들면 강아지 모양이 나오면 인기가 많아지고, 물고기 모양이 나오면 일자리를 얻거나 돈이 들어오고, 하트 모양이 나오면 사랑을 이루거나 결혼 하게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커피는, 튀르키예인의 사랑과 결혼 과정에서 관례로도 오랫동안 뿌리내렸다. 이슬람 문화권이라 자유연애가 쉽지 않았던 과거, 튀르키예에서는 신랑 어머니들이 며느리감을 찾아다녔다. 청혼 받은 신부는 상견례 때 커피를 내오는데, 커피 타는 실력으로 요리 솜씨를 짐작했다. 그 과정에서 신부는 신랑감에 대한 호감 정도를 커피를 타며 표현했다. 마음에 들면 설탕을 듬뿍 넣는 것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금을 탔다. 더 재미난 이야기. 옛날, 가장인 남편이 하루 할당량의 커피를 준비 못하면 이혼청구 권리를 여성에게 법적으로 주었다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에 커피가 이렇게 깊이 관련된 나라가 튀르키예 말고 또 있을까. 궁금증은 커피의 역사를 통해 풀린다.
커피의 탄생에 대한 여러 설 가운데, 6세기 무렵, 아비시니아( 지금의 에티오피아 ) 양치기 칼디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빨간 열매를 먹은 후 밤낮으로 뛰노는 염소들을 본 칼디는 직접 맛본 후, 정신이 각성되는 체험을 한다. 칼디의 이야기는 수도원에 알려졌고, 이후 수도사들은 이 빨간 열매를 물과 섞어 마시며 공부와 기도에 효율을 얻는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전쟁, 무역, 무슬림 순례자 등을 통해 아라비아 반도로 전파되는데, 예멘의 모카 지역이 생장의 적지였다.
예멘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일하게 커피 농사를 지은 곳이자 커피문화를 태동시킨 곳. 이 예멘을 16세기 이후, 오스만 제국이 점령하면서 커피 문화는 세계로 확산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만 제국은, 약 600년에 걸쳐 발칸 반도와 아나톨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등 3개 대륙에 걸쳐 광대한 영역을 지배하지 않았던가. 카페의 시작도 오스만 제국이다.
오스만 제국에서는 커피를 '카흐베(Kahve)’라고 불렀는데, 1475년, 선보인 '카흐 바 하네(커피 집)' 라는 가게를 카페의 원형으로 본다. 커피만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인 커피 포트의 시작도 오스만의 체즈베라 할 수 있고, 오랫동안 대화 하며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개발된 오스만의 '자르프'라는 잔은 커피잔의 시작이었다. 커피문화를 발흥 시켰던 오스만 제국의 후예인 튀르키예에서 커피 문화가 삶과 뒤섞인 것이 이해 된다. 조만간 '모래 커피 카페'를 찾아가 튀르키예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봐야겠다. 모래 커피를 마시며, 터키 팝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세잔 악수( Sezen Aksu )의 노래를 들으면 어떨까. 오스만의 영화와 폐허, 이슬람의 영성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