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 예술인 임병혁 마술사 “모두가 마술처럼 신기한 한해가 되길”

2023.01.02 09:23:46 9면

 

“2023년 계묘년, 코로나19의 어둠에서 빠져나와 모두가 마술처럼 신기한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인천의 청년 마술사 임병혁(32) 씨는 경기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새해 포부를 밝혔다.

 

임 씨는 1인극 공연에서 동화를 각색해 마술로 보여주고 이야기를 소개하는 마술사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마술 동아리에 들어가며 마술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때 마술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 레크레이션학을 전공하며 같은 목표로 계속 나아가자 아버지도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마술회사에 소속돼 일하던 그가 홀로서기를 한 건 지난 2018년 여름이다. ‘임병혁프로젝트’라는 개인사업자를 내고 인천에 사무실을 차렸다.

 

월급쟁이가 아닌 모든 공연을 직접 제작하고 기획해 일감을 따내야 하는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공연보다는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틀 안에서 활동을 해야 했다”며 “마술이란 일 자체를 내가 스스로 선택했는데, 예술보다 생계 쪽으로 마음이 계속 치우쳐 더 늦기 전에 이를 바로잡고자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회사를 차린 후 제작한 첫 작품은 ‘책 읽어주는 미술관’이다.

 

함께 사무실을 쓰는 동료 마술사가 책을 읽어주며 마술을 펼치는 공연에 대해 저작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 시리즈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하나의 책이나 여러 가지의 동화를 묶어 그 안에 담긴 마법 같은 일들을 관객 눈앞에서 마술로 풀어내는 게 임 씨의 특기다.

 

 

‘책 읽어주는 미술관’의 경우 당시 인천문화재단의 ‘예술인 생애 첫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었다. 지원받았던 금액은 200만 원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가장 큰 힘이 됐다는 게 임 씨의 설명이다.

 

임 씨는 “대부분의 마술사가 그렇겠지만, 개인 회사를 직접 만든 직후여서 더욱 가난했던 시기였다”며 “인천에서 활동하며 받아본 첫 지원사업으로 초기 작품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특히 의미가 깊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술을 포함해 혼자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인들에게는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성장의 큰 발판이 된다”며 “다만 지원사업이 있는지, 자신이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는 예술인이 적다”고 말했다.

 

2018년 회사를 차려 첫 작품을 만든 후 2019년 본격적으로 공연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도 공연 이어가자는 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국내 마술 업계에 긴 겨울이 시작되며 임 씨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모든 공연이 취소됐고, 공공기관과 어린이집 등에서 진행하던 행사도 전부 자취를 감췄다.

 

임 씨는 “2019년 공연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2020년 예약도 정말 많이 들어왔다. 대중들의 반응도 좋았고 내가 개인회사를 차려 직접 작품을 만든 것에 대해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런데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모든 게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부터 마술만 했는데 마술을 할 수 없으니 생계가 막막했다. 당시 택배 물류센터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커피숍에서 일을 하며 버텼다”며 “다행히 올해부터 오프라인 공연이 다시 활성화돼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예술인들이 지역 문화 기관과 친해질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합니다.”

 

예술을 통해 꿈을 꾸는 청년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애로다.

 

200만 원뿐인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이 임 씨에게 큰 힘이 됐던 이유기도 하다.

 

재단의 도움이 그에겐 각종 지원사업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는 계기가 됐고, 개인사업자를 내며 처리해야 할 문서 작업과 세금 계산 등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예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예술인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기관과 예술인들이 친해질 필요가 있다”며 “청년 예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대부분 지원사업의 존재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사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보려고 해도 예술인들이 갖춰야 할 필요 서류만 수십 장, 자신이 사업에 해당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까지 갖고 있다”며 “청년 예술인들이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고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원기관에서 청년 예술인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해 접점을 만든다면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올해부터 다시 공연을 시작한 그는 내년에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에 선보일 공연은 ‘상상열매’라는 작품으로 임 씨가 각색한 동화다. 사람들의 상상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상상력이 말라가는 한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동화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하는 내용이다. 그는 새작품을 통해 새해에도 관객들에게 웃음과 꿈을 선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임 씨는 “코로나19로 국내 마술 업계가 침체기를 맞은 후 현재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마술사 등 인천에서 활동하는 모든 예술인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기지개를 켜는 중”이라며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마술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길 바란다. 공연으로 희망을 주기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

조경욱 기자 imjay@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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