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악마들의 ‘러시안룰렛’

2023.01.04 06:00:00 13면


 

-생과 사의 경계에서 분투하는 이들 옆에서 일부 시민들이 구급차의 붉은 경광등을 빛 삼아 떼 춤을 췄다. 사고가 난 걸 알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유흥을 멈추지 않았다.- 한 신문에 실린 칼럼 한 대목이 끔찍한 이태원 참사를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하네요. 그때 거기에 악마들이 있었군요. 어쩌면 악마는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흑토(黑兔) 새해가 시작됐지만, 세상이 딱히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정초예요. 이 시대 최고의 시사 논객 중 한 분인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가 지난 연말 ‘퇴마 정치’라는 제목의 새 책을 냈군요. 진보 진영에 대한 논리정연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온 강 교수는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한 민주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도 민주당에 대해서 혹독한 쓴소리들을 늘어놨네요. 


강 교수는 일찍이 다른 저서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며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맹타한 바 있어요. ‘퇴마 정치’에서 강 교수가 쓴 표현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윤석열 악마화’는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를 폭로하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고한 표현이군요. 


역사 속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정치는 아무래도 ‘천사의 영역’은 아닌 듯해요. 일단 정치권에 들어가면, 제아무리 훌륭한 인품으로 사회경력을 쌓은 인재라도 악마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더라고요. 물론 ‘돈’이 신분을 가름하는 자본주의 세상이 천사의 품성만으로는 안 되는 매우 난해한 구조이긴 하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결과적으로 악마들의 ‘제로섬(zero-sum)’ 게임에 불과한 여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상대의 온몸에 오물을 처바르면 자신이 더 깨끗해지리라는, 저 무지막지한 오신(誤信)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작금의 정쟁이 이젠 죽기살기식 ‘러시안룰렛’ 게임으로 치닫는다는 사실이에요. 


권력 놀음에 미친 그들에게서는 단 한 톨의 애국심(愛國心)도 발견이 안 된다는 대목이 서글프네요. 오로지 금권에 취한 악귀들이 되어 조금이라도 더 갖고, 더 먹겠다고 아우성치며 드잡이질만 일삼을 따름이죠. ‘확증편향’이라는 맹독성 마약을 뿌리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민을 맹종의 멍텅구리로 만들어 볼까 발싸심하는 모리배들에 불과하죠. 


권력을 쟁취한 쪽은 ‘법’을 무기로 상대방을 초토화하려는 관성을 멈추지 못하고, 권세를 빼앗긴 쪽에서는 판을 엎으려는 선동을 위해서 생떼건 음모건 막 들이밀며 대들고 있네요. 결국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게 뻔하죠. 그게 ‘러시안룰렛’의 결말이니까요. 정말 약이 오르는 건, 그들이 자꾸만 무슨 ‘민주투사’ 내지는 ‘애국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사실이에요. 참으로 징그러운 좀비들이네요. 그렇죠?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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